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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9. 2021

실천하지 못하는 깨달음

부처의 지혜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 했는가? 깨달음을 얻으면 그리 될 수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거의 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요. 깨달음은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은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죠. 알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렀다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느 날 나무 아래 앉은 부처에게 한 사내가 다가와서 온갖 더러운 말로 그를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죠. 화가 난 사내는 한층 목소리를 높여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한낮에 시작된 그의 모욕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죠. 마침내 사내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를 수 없을 만큼 지쳐버렸습니다. 당황한 그는 미동도 않고 앉아있는 부처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귀머거리요? 어찌 하루 종일 그런 모욕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거요? 화도 나지 않는 거요?”     


비로소 눈을 뜬 부처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죠.    


“나는 모욕이나 욕설이 필요하지 않지요. 그러니 내가 그것을 받을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나는 분명 당신을 향해 욕설을 던진 것이잖소. 어떻게 그 모든 모욕에 무감할 수 있는 겁니까?” 

“그 모욕은 여전히 당신에게 있을 뿐이라오. 당신이 누군가에게 동전 몇 푼을 주었다고 생각해 보시오. 만일 그가 당신이 준 동전을 받지 않았다면 그 동전은 누구에게 있는 거요?” 

“그거야 받지 않았다면 내 손안에 있겠지요.”

“마찬가지예요. 내가 당신의 모욕을 받지 않았으니 그 욕지거리는 모두 당신에게 있겠지요. 받지도 않은 모욕에 내 마음이 상할 이유는 없어요. 화를 낼 필요도 없고 말이요.”    


너무도 명료한 상황이지요. 세상의 어떤 비난이나 욕설도 내가 받지 않는다면 그것에 흔들릴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치요, 깨달음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부처는 “동기(動機)가 없으면 움직임도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할 동기가 없다면 왜 굳이 움직여 사단을 일으키겠습니까? 누군가를 원망할 동기가 없다면 왜 마음속에 미움을 쌓아두겠습니까?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믿는다면, 힘들여 움직임으로써 그 이상을 원할 필요는 없지요. 받으려 하지 마세요. 세상의 모든 나쁜 것을 손에 쥐려 하지 마세요. 원치 않는다면 그 나쁜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니까요. 진리는 너무도 단순한 것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 속에 그것을 거부하는 못 된 동기가 숨어있을 뿐인 거죠.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잠시라도 내게 던져진 모든 갈등, 비난, 모욕, 혹독함을 받아들이지 않아보려 합니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세상이 훨씬 쉬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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