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pr 22. 2021

왜 기다려야 하나요?

작자 미상

오래전 모든 ‘감정과 느낌’들이 한 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평화로움 속에서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전해졌습니다. 그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서둘러 자신들의 배로 달려갔습니다. 심지어 부서진 배들도 수리를 해야 했어요. 속히 그곳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서둘러 도망치기 싫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하지만 먹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자  이상은 그곳에 머무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태우고 갈 배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배를 찾아보는데 마침 ‘번영’이 호화로운 보트에 탄 채 지나가고 있었어요. “번영님, 저 좀 태워주시겠어요?” “안 돼요. 내 배에는 귀중품이 가득해서 자리가 없어요.”         


잠시 뒤 ‘허영’이 아름다운 보트를 타고 나타났죠. “허영님, 절 좀 도와주세요.” 그는 거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안 돼. 당신 발이 온통 흙투성이 구만. 내 배를 더럽힐 순 없어.”     


친구들의 냉담함에 상심한 ‘사랑’은 지나가는 '슬픔'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난 너무 슬퍼서 혼자 있고 싶어요.”     


‘행복’에게도 도움을 청했죠. 하지만 늘 행복하기만 한 그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죠.     


'사랑'은 이제 절망에 빠졌습니다.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때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랑님, 어서 와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사랑은 누구의 목소리 인지도 모른 채 서둘러 배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섬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리면서 사랑은 ‘지식’을 만났습니다. 도움을 준 배 주인이 궁금했던 사랑이 물었습니다. “지식님, 모두가 외면할 때, 저를 도와주신 분이 누구신가요?”     


지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분은 ‘시간님’이시죠.”     


“아! 그런데 그분이 왜 저를 구하셨을까요?”     


지식이 지혜로운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시간은 당신의 위대함과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 세상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임을.”     


모든 것이 잘 되고 번창할 때 우리는 사랑을 외면합니다. 자신만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때도 사랑을 잊어버립니다. 행복이나 슬픔에 빠져 있어도 사랑을 돌아볼 줄 모릅니다. 오로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됩니다.     


지구 곳곳이 '사랑'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헐벗은 채 죽어가는 자연, 굶주린 아이들, 서로를 비난하는 사람들, 악의에 가득 찬 못된 비방과 욕설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증오범죄들... 모두가 사랑을 잊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야 만 사랑을 깨달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왜 기다려야 하는지요? 왜 미움 속에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요? 지금 당장 사랑을 우리의 삶 속에 초대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나 때문에 행복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