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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1. 2021

네 번째 인형

어느 작은 왕국에 지혜로운 한 노인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는 궁정을 찾아 왕자에게 인형 세 개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왕자는 노인의 선물을 받고는 기분이 상해 말했죠.     


“제가 무슨 여자애인 가요? 인형을 갖고 놀지는 않는다고요.”     


그러자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미래의 왕께 드리는 겁니다. 자세히 보세요. 인형마다 귀에 작은 구멍이 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왕자에게 작은 끈을 하나 주었습니다.


“이 끈을 그 구멍에 넣어보세요.”     


호기심이 생긴 왕자가 인형 하나에 끈을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자 그 끈은 다른 쪽 귀로 빠져나왔습니다. 그것을 본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이에요. 왕자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지요.”     


왕자가 두 번째 인형에 끈을 넣자 이번에는 그것이 입으로 나왔습니다.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은 왕자님의 말을 듣고 그 즉시 모든 사람들에게 떠들어대는 사람입니다.”     


마지막 인형에서 끈은 어느 곳으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인형은 왕자님의 말을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사람을 나타내죠. 그는 모든 것을 자기 마음속에 가둬놓고 있답니다.”     


왕자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습니다.     

“그럼 그 세 종류의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인가요?”     


노인은 대답 대신 다른 인형 하나를 왕자에게 내밀었습니다. 왕자는 그 인형에 다시 끈을 넣었죠. 끈은 첫 번째 인형처럼 다른 귀로 나왔습니다. 노인은 다시 넣어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끈은 입으로 나왔고, 세 번째 시도에서는 어느 곳으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노인이 왕자를 향해 말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언제 듣지 말아야 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며, 언제 입을 열어야 할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남의 얘기를 건성으로 듣는 사람은 예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들은 얘기를 여기저기 옮기는 사람은 가벼운 사람입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은 과묵하다고는 해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죠. 노인의 말처럼 상대의 얘기를 흘려들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입니다. 필요할 때, 남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할 줄 아는 사람은 친절한 사람입니다. 할 말을 해야 할 때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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