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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4. 2021

이런 것도 택배로 되나요?

오늘 아버지와 함께 송금을 위해 한 시간이나 은행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참을 수 없어 아버지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왜 인터넷 뱅킹을 하지 않으세요?”     


아버지가 되물으셨어요.

“그걸 왜 해야 하는데...?”    


“이렇게 은행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잖아요. 요새는 물건도 모두 온라인으로 살 수 있어요. 모든 게 쉽고 편해졌다고요!”    


저는 아버지가 인터넷 뱅킹을 하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이 났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물었어요.     

“그러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그럼요. 이젠 문 앞에까지 다 배달해주는 걸요!”    


하지만 다음 순간 아버지의 말씀에 저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늘 내가 이 은행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난 친구 네 사람을 만났어. 나를 잘 아는 은행 직원들과 이야기도 나누었고. 난 늘 혼자잖니. 이런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필요해. 그래서 준비를 하고 은행에 오는 걸 좋아하지. 어차피 시간도 많고...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란다.”     


아버지의 말씀은 계속되었죠.


“2년 전 내가 몹시 아팠을 때, 단골 과일가게 주인이 나를 찾아와 침대 옆에서 눈물을 흘렸어. 며칠 전 네 어머니가 혼자 아침 산책을 하다 쓰러졌을 때는 식료품 가게 주인이 그것을 보고 내게 전화하고, 그의 차로 엄마를 집으로 데려왔지. 우리 집이 어딘지 아니까.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만 하면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모두가 닫힌 문 앞에 물건만 가져다 놓는다면, 난 컴퓨터하고나 얘기해야 하겠지. 나는 상자에 적힌 판매자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 그것은 유대감이란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지. 그런 것도 택배로 주문할 수 있을까?"     

   

며칠 전 홀로 사시는 막내 고모님이 저희 집 옆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아직 80세이지만 허리가 안 좋으셔서 먼 거리를 걷거나 하시는 것은 조금 불편해 하지죠. 아파트를 팔고 사는 과정에서 고모님은 늘 다니시던 은행에 직접 가셔서 돈을 부치셔야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은 요즘은 인터넷 뱅킹이 편리하다는 것이었죠. 결국 함께 은행에 가서 고모님 전화기에 인터넷 뱅킹 앱을 깔아드렸어요. 얼마 전에는 예전에 고모님이 살던 아파트 동네를 갔었는데, 몇 군 데 가게를 들리셔서 예전처럼 물건을 사셨습니다. 그때도 내가 한 말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주문한 식료품을 문고리에 걸어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모님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셨죠. 앞으론 그렇게 해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모든 것이 고모님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위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어떤 것이 진정으로 고모님을 위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저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오겠죠. 그때 저는 인터넷 뱅킹과 쇼핑으로 행복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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