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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6. 2021

열 마리의 개

강자의 교활함

열 마리의 사나운 개들을 키우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개들을 잘못을 저지른 신하들을 괴롭히기 위해 키우고 있었지요. 한 신하가 잘못된 의견을 냈다가 왕의 진노를 샀습니다. 왕은 그 신하를 즉시 개 우리에 던져 넣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신하가 간청을 했습니다.    


“왕이시여. 저는 10년 동안 왕께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 대가가 고작 이것이옵니까? 제발 열흘의 말미를 주십시오. 그 후에는 기꺼이 처벌을 받겠습니다.”     


겨우 왕의 허락을 받아낸 신하는 즉시 개들의 사육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열흘 간만 자신이 개들을 돌보게 해달라고 부탁을 습니다. 사육사는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지요.        


신하는 열흘 동안 정성을 다해 개들을 돌봤습니다. 개들을 씻기고, 털도 다듬어주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왕은 신하를 개들에게 던져주라고 다시 명령을 내렸어요. 그런데, 모두 예상했겠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하를 본 개들이 그의 발아래 모여 꼬리를 치고 그의 발을 핥아대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왕이 소리쳤습니다.     


“도대체 저 개들이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신하가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저는 왕을 위해 십 년을 하루 같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저를 개들에게 주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단지 열흘을 돌본 저를 잊지 않았습니다.”     


신하의 얘기를 들은 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명령을 내렸죠.     


“저 개들을 늑대로 바꾸도록 하라!”     


힘 있는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실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것을 이용하죠. 약한 자의 실수는 결코 용서받지 못합니다. 아무리 우화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현실의 결과는 냉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의 강자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약자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오늘날 현명하고 관대한 강자는 참으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사는 것이 더 힘듭니다. 실수를 않으려면 결국 약한 자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코 책임감을 갖고 일하지 말아야 합니다. 눈치껏 어려운 일은 남에게 미루고, 위험한 일은 피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사는 영민한 처세일 테니까요.     


힘 있는 모든 분들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요? 당신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늑대 우리에 던져질 것을 안다면 당신을 위해 단 한 방울의 땀이나 눈물이라도 흘리려 할까요? 강한 당신들에게 감히 충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사세요. 우리 약한 사람들은 우리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킬 테니까요. 하지만 꼭 기억하세요. 늑대인들 당신들만큼 교활하고 잔인할까요? 언젠가 당신들이 힘을 잃을 때 스스로 사자 우리로 걸어 들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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