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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8. 2021

선생님의 기억

어느 날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백지 두 장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학급 친구들 모두의 이름을 적게 했어요. 그리고 이름 아래 여백에 그들의 특별하고, 좋은 점을 쓰게 하셨죠. 우리는 친구들에 관해서 때론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무언가를 채워갔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나가며 우리의 즐거운 생각을 담은 글을 선생님에게 제출했습니다. 선생님은 종이 위에 적힌 글을 읽으며 학생 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빈 종이에 옮겨 적으셨죠. 그리고 다음 날 학생들에게 자신의 얘기가 적힌 글들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높았던 가을 어느 날, 선생님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참 전화기를 들고 있던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사랑하는 제자 하나가 군대에 근무 중 사고로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서둘러 제자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동료 병사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엄숙한 의식이 끝나고 한 병사가 선생님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여쭤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친구가 늘 선생님 얘기를 했거든요. 선생님을 무척 사랑하고 존경했어요.”     


장례식이 끝나고 선생님은 제자의 부모님에게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 때 그의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내들었습니다.     


“선생님, 이것 기억하세요? 아들은 이걸 정말 소중히 간직했어요. 언제나  지갑에 넣고 다녔죠. 아들은 늘 말했어요.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은 몰랐었다고 하더군요. 글을 읽는 아이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피어올랐어요. 이제 아이의 무덤에 함께 넣어주려 합니다.”     


쪽지를 바라보던 선생님은 그만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친구들이 그를 위해 적었던 바로 그 글이었습니다. 그때 선생님 주변으로 제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도 모두 선생님이 나누어주었던 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적었던 그 소중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 그들이 나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정말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이죠. 여러분의 마음을 표현하세요. 그것은 한 사람의 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행복은 또한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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