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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07. 2021

3번 염소는 어디에?

어느 한가한 일요일 오후, 시골 마을의 개구쟁이 소년들 몇몇이 즐거운 장난을 계획했습니다. 아이들은 이웃에서 기르는 염소 세 마리를 훔쳐 그것들의 옆구리에 1과 2 그리고 4라는 숫자를 페인트로 써넣었죠. 그리고 그날 밤 그 염소들을 학교 건물 안에 풀어놓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던 선생님들은 건물 안에 퍼진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염소들이 교실이며 복도 여기저기에 잔뜩 똥을 싸놓았던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서둘러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염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 마리의 염소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3번 염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온 데를 찾아보았지만 3번 염소가 나타나지 않자 모두는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이미 수업은 불가능해졌고, 교사들은 물론 마을 사람까지 나서고 구내식당 아주머니들까지 동원되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3번 염소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죠. 그 염소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사람들은 괜찮은 삶을 살면서도 끝없이 무언가 알 수 없는 부족함을 느끼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쉽게 잡을 수 없고,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것을 찾아 헤매죠.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부족하다는 느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은 젊은 학생들에게 질문지를 나누어주고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행복의 조건이라 생각하는 것을 적어 넣었죠. 세월이 흐른 뒤 이스털린 교수는 당시의 학생들을 다시 찾아 그들의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제법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학창 시절 생각했던 행복의 조건들을 어느 정도는 충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예전과는 다른 조건들을 찾고 있었고, 자신들이 이룬 부와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런 괴리를 가리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 부릅니다. 도대체 무엇을 가져야 우리는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행복의 요체는 더 이상 무엇을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행복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번 염소와 같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을 버려야 하는 것이지요. 이미 우리는 꼭 필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과 그것을 채우려는 욕심이 우릴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세요. 그러면 결국에는 더 많은 것을 갖게 될 겁니다. 언제나 갖지 못한 것에 연연한다면 결코 충분히 갖게 되지는 못 할 테니까요.”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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