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의 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un 14. 2021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당신이 절대 놓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부자 아버지와 그의 아들은 귀중한 예술 작품의 수집에 몰두했습니다. 그들은 피카소에서 라파엘에 이르기까지 대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위대한 예술품들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죠. 그는 용맹했고, 한 전투에서 위험에 처한 전우를 구하고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깊은 슬픔에 잠겼지요.    


그로부터 한 달 뒤, 크리스마스 무렵, 한 젊은이가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들에 의해 목숨을 구한 바로 그 병사였습니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드님 때문에 죽음을 면한 사람입니다. 그날 아드님은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지만 아드님은 총탄에 맞아 전사했습니다. 그는 아버님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미술품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젊은 병사는 들고 있던 꾸러미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직접 그린 아들의 초상화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대단한 화가는 못 됩니다. 하지만 아드님은 이 그림을 아버님께서 간직해주길 바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그 젊은 병사의 그림이 아들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음에 감탄했습니다. 애써 울음을 참으며 아버지는 젊은이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림을 받았으니 값을 치러야지요.”

“아닙니다. 아드님의 희생은 결코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벽난로 위에 아들의 초상화를 걸었습니다. 손님들이 찾아올 때면 다른 명작들에 앞서 아들의 초상화를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버지 역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장품에 대한 경매가 열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죠. 그들은 위대한 작가의 그림들을 보길 원했고 그중 하나라도 손에 넣을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경매장의 전시대에는 바로 그 ‘아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었습니다.     


“자 이제 이 초상화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실망했죠. 이름 없는 화가의 그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그림은 관두고 유명 작가의 작품부터 시작합시다!”


하지만 경매사는 사람들의 불만을 모른 체하고 초상화에 대한 경매를 시작했습니다.         


“자 이 초상화 경매를 $100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50 없으십니까?”    

“우린 그런 그림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에요. 빨리 고흐나 램브란트를 보여주시오!”     

“초상화 원하시는 분 없습니까? 아들의 초상이에요. 없으십니까?”     


경매사의 끈질긴 질문 끝에 모퉁이에 서있던 한 초라한 노인이 손을 들고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10요. 가진 돈이 그것밖에 없어서요.”     


노인은 평생 아버지와 아들의 집에서 정원사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10 나왔습니다. $20 없으십니까?     

“그냥 $10에 줘 버려요. 빨리 진짜 경매를 시작하자니까!”     

“한 번 더요. $20 없으십니까?..... 그럼, 이 초상화는 $10에 낙찰되었습니다!”     


초상화가 낙찰된 후 경매사가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경매를 마치겠습니다.”     

“뭐야! 나머지 그림들은 어쩌고?”      

“죄송합니다만 이 경매를 요청하면서, 소장자이신 고인(故人)의 유서에 특별한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림이 팔릴 때까지는 내용을 말씀드릴 수가 없었지요. 고인께서는 이 초상화만을 경매에 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낙찰받은 분께 나머지 그림 모두를 상속하시겠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귀중한 무언가가 있죠. 그것이 꼭 물질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일 수도 있고, 추억일 수도 있으며, 주의나 명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죠. 저는 가끔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가족, 친구, 일, 건강, 여유, 행복... 이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죠. 글 속의 아버지는 아들의 초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겁니다. 기억 속에 남은 사랑하는 아들의 모습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동안 모아 온 고가의 예술품보다 그에게는 아들의 초상이 더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 삶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을까? 나의 선택과 판단은 과연 나 자신을 행복하게 했던 것일까? 열심히만 산다면 인생에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일까?’ 저의 이성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제 스스로의 대답은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저는 끝까지 그것을 놓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제 삶을 지켜왔던 힘이었고, 이제 와서 그것을 포기할 용기는 없으니 말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하지 못한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기억’이라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요. 영원히 떠나가는 마당에 일보다 사람이 생각나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죠. 하지만 살아 숨 쉬는 동안은 그것을 쉽게 깨닫지 못합니다. 그것이 인생이니까요. 혹시 사는 동안 그것을 알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삶의 끝자락에서는 또 다른 후회가 있기 마련일 겁니다.     


우리는 저마다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것을 지키고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죠.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삶입니다.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생의 굽이굽이 마다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이었습니다. 처음 고백이지만 참 어리석은 선택이었죠. 후회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것은 제가 짊어져왔고, 앞으로도 짊어져야 할 소중한 짐입니다. 그렇게 일하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제 꿈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