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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13. 2021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내준 글쓰기 과제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평소에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죠. 마지막 학생의 글을 읽던 여선생님이 애써 소리를 죽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게 된 남편이 물었어요.     


“당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이가 쓴 글을 읽다 보니 눈물이 나네요.”

“글? 어떤 내용인데 눈물까지 흘리지. 제목이 뭐였어요?”

“‘나의 소원’이에요.”

“그 학생의 소원이 슬펐던 건가? 뭔데요?”

“자기는 스마트폰이 되고 싶데요.”

“스마트폰이?”     


선생님이 들려준 아이의 얘기는 이랬습니다.       


‘저의 소원은 스마트폰이 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을 아주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저를 잊어버리기도 한답니다. 아빠는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셔도 스마트폰을 하세요. 전 모른 채 하고요. 엄마 아빠는 중요한 일을 할 때도 스마트폰이 울리면 얼른 전화를 받아요. 하지만 제가 울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스마트폰과는 게임을 하면서도 저와는 놀아주지 않아요.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는 제가 아무리 중요한 얘기를 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고요... 그래서 제 소원은 스마트폰이 되는 거랍니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 난 뒤 남편이 물었죠.     


“그 학생이 누구예요?”     

“우리 아들이요.”         


요즘은 가히 스마트폰의 시대입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손에서 그것이 사라지면 불안해하기 일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도 하고, 은행업무도 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주가도 살펴보고 심지어 주식을 사고팝니다. 그뿐인가요. 정보를 얻기도 하고, 노래도 듣고, 자신의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국내외의 중요한 뉴스를 듣고 보기도 하지요.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은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것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것도 스마트폰이고 잠이 들 때 머리맡에 두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저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 되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일 듯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도 평범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기계는 매우 유용한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가족 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해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의 마음에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잠드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길과 숨결을 느끼며 잠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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