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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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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18. 2021

그릇, 소금, 호수

늘 사는 것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한 젊은 서생이 있었습니다. 그의 스승은 그에게 작은 그릇에 담긴 물에 소금 한 주먹을 풀어 마시도록 했습니다.    


“맛이 어떠냐?”

“고약합니다.”     


마셨던 소금물을 뱉어내는 서생을 보며 스승은 껄껄 웃으며 그를 서당 근처에 있는 맑은 호숫가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호수 물에 소금을 넣도록 했습니다.     


“호수 물을 마셔보아라.”     


시원한 호수 물을 들이 킨 후 서생은 밝은 표정으로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아주 시원하고 맛이 좋습니다.” 

“소금 맛을 느낄 수 있느냐?”

“전혀요.”     


스승은 그의 곁에 앉아 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살면서 겪는 아픔은 소금과도 같은 것이야. 그리고 삶에서 고통의 양은 한 주먹의 소금처럼 늘 똑같은 것이지. 그러니 고통의 정도는 그것을 담는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란다. 살면서 어려움과 아픔을 겪게 되면 그저 그것을 담을 네 마음의 크기를 키워야 해. 작은 그릇이 되지 말고 넓은 호수가 되어야 하지.”    


세상 일이 모두 마음먹기 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먹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하나라도 있으면 하고 바라지만, 서너 개를 갖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꼭 누구를 속이거나 배신하려던 것은 아니었어도 상황이 급하면 남의 사정 따위는 쉽게 잊어버리는 것 또한 사람이지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은 막다른 좁은 길로 내몰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넓고 크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윗글의 교훈입니다. 같은 상황에 놓여도 사람이 대응하는 모습은 각기 다르죠. 무모하게 서두르고 호기를 부리다가 일을 더욱 그르치는 경우도 있고, 뒤에 숨어 눈치만 보다가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니 큰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닥쳐온 어려움이나 아픔을 슬기롭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무모함과는 다르다는 얘기죠. 쉬 차올라 쏟아지기 쉬운 작은 그릇이 아니라 잔잔한 가운데 모든 것을 그 안에 품고 있는 호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르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교훈을 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다 같지요.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따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자꾸 듣고, 하나씩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의심과 회의감에 빠져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소금의 짠맛을 없애는 호수의 물 같은 마음을 키워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려움이 오면 마음자리를 넓혀야겠습니다. 모든 게 마음에 달려있으니까요. 부처의 이야기 하나를 덧붙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마음에 의해 형태를 갖춘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된다. 즐거움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와 같아 맑고 넓은 생각을 따라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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