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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25. 2021

염소를 구합시다!

농부의 염소와 말

말 한 마리와 염소 한 마리를 키우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말이 병에 걸리자 농부는 수의사를 불렀습니다. 말을 살펴본 뒤 그는 이렇게 진단을 내렸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이네요. 이 약을 먹이세요. 삼일 후에 오지요. 만일 그때까지도 낫지 않으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말을 죽여 땅에 묻어야 해요.”     


수의사의 얘기를 옆에 있던 염소가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쓰러져있는 말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 버텨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널 버릴지도 몰라.”     


이튿날에도 염소는 다시 말에게 다다가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죠.     


“제발 기운을 차려. 일어나 보라고. 못 일어나면 넌 죽어! 자 어서! 내가 도와 줄 테니 일어나 봐. 하나, 둘, 셋...”      


사흘 째 되는 날, 여전히 쓰러져있는 말을 보며 수의사가 말했습니다.     


“안됐지만 내일은 말을 죽여 처리해야겠어요. 안 그러면 다른 가축들에게도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 말을 들은 염소는 다시 말에게 달려가 소리쳤죠.     


“지금 아니면 이제 기회가 없어. 다 끝나버린다고. 어서 일어나. 그렇지! 천천히... 하나 둘 셋... 이제 됐어!!! 걸어보라고, 예전처럼 달려 봐! 와~ 대단하구나. 넌 해냈어. 이제 살았어!”    


놀랍게도 마지막 순간 말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농부가 와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농부는 흥분해서 소리쳤어요.     


“와, 이건 기적이야. 내 말이 기운을 차렸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하하, 잔치를 열어야겠어. 내일은 염소를 잡아야지. 온 마을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공을 세운 사람이 상은커녕 벌을 받게 되는 일들이 적잖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일을 당한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할까요.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보이지 않게 남을 돕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는 일 없이 과장되게 자신의 공을 떠벌이고, 뒤에서 남을 비난하는 사람이 승진도 빠르고 돈도 쉽게 법니다. 규칙을 지키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로 치부되기도 하죠. 삶이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착한 사람이 언젠가는 복을 받을 것이라는 교훈은 현실이 되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보세요! 우리 주변에 억울한 염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니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더욱이 도움을 받은 말마저 입을 다물고 있다면 과연 누가 이 가련한 염소를 구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내세우고, 남의 허물을 탓하고, 힘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당신의 귀에 달콤할지 모르지만, 당신의 마음에 편견에 안개를 드리울 뿐이니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세요. 그들이 절망하고 고통 받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자, 이제 가련한 염소들을 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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