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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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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27. 2021

"심은 대로 거두지요."

한 여인이 가족을 위해 늘 빵을 구웠습니다. 그리고 그 빵은 또 한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빵을 구운 후 한 덩이를 늘 창 밖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러면 허리가 심하게 굽은 한 가난한 노인이 그것을 가져갔어요. 하지만 그 노인은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빵을 집어갈 때마다 노인은 마치 투덜거리듯이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죠.     


“네가 저지른 나쁜 짓이 네게 남겨지듯, 네가 한 좋은 일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지.”    


꼭 감사의 말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여인은 은근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듯 오랜 동안 그를 위해 빵을 구웠는데 그의 무심한 태도에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즈음 여인은 유난히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였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난 아들이 여러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온통 불길한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죠. 어느 날 평소처럼 빵을 굽던 여인은 노인을 떠올렸습니다. 가뜩이나 예민했던 그녀는 갑자기 노인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은혜도 모르는 노인네 같으니. 맨날 이상한 소리나 중얼거리고. 이제 다시는 내 집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할 거야.”     


여인은 노인을 위해 만든 빵 반죽에 자신도 모르게 쓴 독초가루를 풀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화덕에 넣으려는 순간 그녀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여인은 서둘러 빵 반죽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새로운 반죽으로 빵을 구웠죠. 그리고 여느 날처럼 그 빵을 창가에 두었습니다. 잠시 후 노인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빵을 가지고 돌아섰습니다. 언제나처럼 그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네가 저지른 나쁜 짓이 네게 남겨지듯, 네가 한 좋은 일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지.”    


그날 저녁 여인은 소식이 없는 아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요.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자 그곳에 그토록 걱정했던 아들이 서있었습니다. 아들은 얼핏 보기에도 너무나 힘들어 보였습니다. 옷은 다 헤지고, 힘없이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여인은 아들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습니다. 아들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말했습니다.     


“어머니... 다시 어머니를 보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났어요.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그들에게 붙들려 노역을 하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지요. 며칠을 굶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어요. 집 근처까지 다 와서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죠. 여기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허리가 몹시 굽은 한 노인이 절 발견했어요. 그리고 말했죠.  ‘이건 내가 오늘 먹을 빵이야. 그런데 자네가 나보다 더 굶주리고 있군. 이걸 자네에게 주지. 먹고 기운을 차리게.'”    


아들의 얘기를 듣던 여인의 얼굴빛이 창백해 졌습니다. 그녀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기댔죠. 자신이 못난 마음으로 독초를 넣었던 그 빵을 아들이 먹을 뻔 했으니까요. 여인은 아들의 손을 잡고 끝없이, 끝없이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가끔 어떤 이유에서든, 본래의 마음과는 달리, 순간적인 분노나 절망감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하죠. 그럴 때면 생각하세요. 내가 저지른 나쁜 일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말입니다. 좋은 일을 해야 겠어요. 언젠가는 그것이 내게 되돌아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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