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꿈 일기
꿈 일기
이해인
목마른 이들에게
물 한 잔씩 건네다가
꿈이 깨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다시
사랑해야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물 한 잔 건네는
그런 마음으로
목마른 마음으로
꿈에서
나는 때로
천사이지만
꿈을 깨면
자신의 목마름도
달래지 못합니다
Dream Diary
Lee, Hye-in
I wake up from a dream
In which I hand a glass of water
To thirsty people one by one.
I wish to live
Like that.
Again,
I wish to love
Every living things.
With a mind to
Hand a glass of water
To anyone,
With such a craving mind.
In a dream
I am often
An angel.
When I wake up,
I can hardly
Quench my own thirst.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잔 건네는 마음.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이고 모습인지요. 시인의 말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남의 목마름을 함께 느끼고, 마른 목을 적셔줄 한 잔의 물을 건네고 싶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사랑의 갈망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꿈일까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꿈에서 깨어나면 그 목마름이 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모두 서로의 꿈에서라도 한 잔의 물을 건네야겠습니다. 언젠가 꿈에서 깨어날 때 내 곁에 맑은 물 한 잔 놓여있기를, 누군가의 머리맡에 물 한 잔 놓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