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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2. 2021

사라진 토끼 장수

옛날 어떤 평화로운 마을에 상인이 한 사람 들어왔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토끼 한 마리를 두 냥씩에 사겠다고 광고를 했죠. 사실 그 마을 주변 산에는 토끼가 많아서 한 마리에 두 냥은 아주 좋은 값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농사일을 멈추고 토끼를 잡으러 나섰습니다. 순식간에 많은 토끼들이 상인이 지어 놓은 토끼장에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점차 토끼 숫자가 줄어들어 벌이가 시원치 않게 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농사짓는 일로 돌아가고 말았죠. 그러자 상인은 토끼의 값을 다섯 냥으로 올렸습니다. 토끼 한 마리에 “닷 냥이라니!” 사람들은 또다시 토끼 사냥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토끼를 많이 잡았던 까닭에 토끼를 잡기는커녕 보기조차 힘들어지고 말았어요. 결국 상인은 토끼의 값을 열 냥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인에게 일을 맡기고 잠시 마을을 떠나게 되었죠. 그런데 얼마 후 그 하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은밀히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토끼장에는 수 천 마리의 토끼가 있어요. 내가 한 마리 당 여덟 냥에 팔 테니 얼른 토끼를 사두시오. 그리고 주인이 돌아온 뒤 열 냥에 되팔면 제법 재미를 볼 수 있을게요.”     


사람들은 하인의 제안에 홀려버리고 말았죠.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내어 토끼를 사들였습니다. 심지어 토끼를 사기 위해 빚까지 얻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렇게 토끼장의 토끼들은 마을 사람들의 앞마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상인의 토끼장이 텅 비던 날 하인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상인도 다신 나타나지 않았죠.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지 않으세요? 거짓으로 주식 값을 올려놓고, 서민들의 통장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현대판 토끼 장수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어디 주식뿐인가요? 부동산도 그렇고, 비트 코인도 그렇고... 우린 온갖 사기가 넘치는 참 속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에요.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오니까요. 사람도 못 믿고, 나라도 못 믿고 그저 순진한 사람들만 빈털터리가 되는 묘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심성이 작용합니다. 초조함과 탐욕이지요. “이 기회를 놓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거야.”라는 초조감. “모험 없이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겠어.”라는 허황된 욕심. 그 보편적이고, 나약한 심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오늘의 토끼 장수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또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을까요?     


“세상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만, 우리의 욕심은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간디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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