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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09. 2021

인디언 추장의 겨울

가을이 깊어가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보호구역에 살던 인디언들은 다가올 겨울이 걱정되었습니다. 몇몇 부족민들이 추장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추장님, 이번 겨울이 추울까요 아니면 따뜻할까요?”     


어차피 추장도 겨울 날씨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부족민들을 향해 말했죠.     


“제법 추울 거야. 부지런히 땔감을 모아 두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었던 추장은 며칠 뒤 공중전화를 찾아 기상센터에 전화를 했죠.     


“이번 겨울에 날씨가 추울까요?”

“예, 제법 추울 거예요.”    


안심한 추장은 마을로 돌아와서 부족민들에게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올 겨울은 몹시 추울 거야. 겨울 준비 단단히 해야 해.”     


며칠 뒤 추장은 다시 기상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올 겨울이 정말 춥겠죠?”

“당연히 그렇죠. 강추위가 올 거예요.”    


추장은 자신 있게 부족민들에게 강조했습니다.     


“불을 땔 수 있는 것은 모두 모아두어야 해. 엄청나게 추울 테니까.”    


겨울이 다가오자 추장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기상센터에 전화를 했죠. 일기 예보관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아마 올 해는 사상 최강의 추위가 기록될 겁니다.”     


추장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죠?”

“인디언들이 지금 미친 듯이 땔감을 모으고 있거든요.”      


우리는 생활 속에서 무언가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길에 멈춰 서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길을 가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하늘을 올려 보죠. 특히 모여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다중화의 오류’라고 불리는 것이죠.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관심을 받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에는 참고할 정보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에만 집착하면 인디언 추장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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