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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06. 2021

"배지를 보여주세요!"

"권위적인 것과 권위 있는 것"

어느 날 정부의 농림 조사관이 시골의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는 한 늙은 인부에게 말했습니다.     


“농장을 조사해야겠소. 불법적인 작물을 재배하는지 살펴볼 겁니다.”    


농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 건너편 밭에는 가지 않으시는 게...”    


농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사관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난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에요. 자 이 배지가 보이시오? 이것은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표시예요. 어떤 곳에라도 말이에요! 더 이상 아무 말 마세요! 아시겠어요?”     


노인은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잠시 후 비명 소리를 들은 농부가 등을 펴고 건너편 밭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조사관은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고, 그 뒤를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뒤쫓고 있었죠.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는 곧 황소에게 들이 받힐 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 조사관은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어요. 농부는 자신의 농기구를 내려놓고 울타리 쪽으로 달려가며 죽어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배지요. 소에게 배지를 보여주세요!!!”         


'권위적인 것'(authoritarian)과 '권위가 있는 것'(authoritative)은 다르죠. 권위적인 것은 오만함과 고압적인 태도를 말하는 것이고 권위가 있다는 것은 신뢰할만하고 무게가 있다는 뜻입니다. 권위는 명령하는 것 같은 말투와 거만한 태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오히려 그것은 겸손함과 인내를 통해 세워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승복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힘이 권위이니까요. 요즘 ‘갑질’이라는 표현을 많이 듣습니다. 상대에 대한 태도에 논리와 상식은 없고 오만과 강압만이 존재한다는 뜻이겠지요.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때에는 이야기하도록 두세요. 목소리를 높여 상대의 입부터 막으려는 태도는 참으로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은 행태일 뿐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의심과 혼란을 제거해야만 바르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세요. 제발 화부터 내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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