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Jul 05. 2021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함민복 : 그림자

 그림자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A Shadow 

        Ham, Min-bok     


I wish the flower withering quickly had a shadow of colors. 

I wish to see the shadow of my mother’s bent back straightened right away

I wish the shadow of a beggar getting down on a cold overpass would be warm

I wish the mind had no shadow at all in its ever-bright world.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져도 그 향기와 찬란했던 빛깔은 여전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 이제 환한 얼굴로 허리 펴고 걸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 해진 옷 사이로 찬바람 스밀 때에도 가난한 사람의 마음이 따뜻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이 세상이 어두운 그림자 없이 언제나 환히 빛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시인의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드 루이스 : 그림자 없는 세상(1976)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꽃과 새와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