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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3. 2021

개구리들의 외침

에밀리 디킨슨 : 나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에요  

I‘m nobody! Who are you?

             b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nobody,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 don't tell!

They'd advertise -- you know!    


How dreary to be somebody!

How public like a frog

To tell one's name the livelong day

To an admiring bog!    


나는 이름 없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에밀리 디킨슨     


나는 이름 없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도 그런가요?

우린 서로 같군요. --- 말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떠들어 댈지도 모르니까 --- 알잖아요!    


유명해지는 건 얼마나 끔찍할까요!  

개구리처럼 눈에 띄게

유월의 긴 하루 온종일 젖은 풀숲을 찬양하며

제 이름을 불러대는 것 말이에요.   

  

이름이 알려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유명인이 되어서 모두가 알아보는 삶은 어떨까요? 겪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은 신나고, 조금은 우쭐하겠죠. 그리고 아마도 많이 불편할 겁니다. 나 자신의 말도, 행동도,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 모두 너무나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느껴야 테니까요. 요즘은 하루아침에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잊히기도 쉽습니다. 대중의 관심이나 선호는 지극히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대중의 기호에 영합해 이름을 알리려는 것은 잠시는 몰라도 결코 계속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시인은 자신을 ‘nobody’(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떠들어대야 하는 지를 말합니다. 요즘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지요. 꼭 부정적인 일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호응을 얻어 그들을 선도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뒤에 숨어서 세간의 일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투덜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개구리는 되지 말아야겠어요. 밤새 시끄럽게 떠들어대어 남의 잠을 깨우고, 하찮은 수풀 얘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긴 풀 속에 숨어 ‘나 좀 바라봐줘요’하는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백하자면 나도 오랜동안 개구리로 산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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