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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9. 2021

동의하지 않은 아픔은 없다

링컨과 아버지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 임기 첫날 취임사를 위해 의사당에 들어섰습니다. 의원들이 꽉 들어찬 가운데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는 귀족 출신의 부유한 상원의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대통령 각하, 귀하는 귀하의 부친께서 우리 집안을 위해 구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모여 있던 의원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들은 새 대통령 링컨을 조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그저 웃자고 한 말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링컨은 그런 농담이나 조롱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말을 한 의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의원님, 제 아버지가 의원님의 가족을 위해 구두를 만드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신 많은 분들의 가족들을 위해서도 만드셨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구두 만드는 기술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창의적이었습니다. 그는 그저 구두만을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으셨죠.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 아버지의 구두에 불만 있으신 분 있습니까? 혹시 그러시다면 제가 다시 만들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그 누구도 제 아버지가 만든 구두에 불평을 한 적이 없었지요. 그분은 천재셨어요. 저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의사당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습니다. 그들은 링컨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단 한 번의 불만도 들어본 적이 없는 뛰어난 구두공 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농담이나 가벼운 조롱이 우리의 마음에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근거 없는 비난이나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겪는 괴로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링컨의 일화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겪는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의 동의가 없는 한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못합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반응인 것입니다.’ 남의 비난이나 조롱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에 부딪혀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우는 것은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이라는 무대에는 수많은 무지와 어리석음과 조롱과 비난이 난무하기 마련이죠. 어찌 일일이 대응하며 살겠습니까. 용기를 가지고 의연히 대처해야겠습니다. 남의 장난에 휘둘리지 말고 옳다고 믿는 것을 자랑삼으세요. 동의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를 아프게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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