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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5. 2021

조금만 참으세요

의사는 긴급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외부에 있던 그는 병원에서 콜을 받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즉시 달려간 것이었죠. 수술실 밖에는 환자인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초조하게 의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를 보자 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요? 애가 다 죽어가는 판인데... 의사가 책임감이 있어야지!!”    


의사는 미소를 띠우며 말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병원 밖에 있었어요. 최대한 빨리 온 거예요... 자 이제 진정하시고 제가 일하게 해 주셔야죠.”      

“진정하라고? 만일 당신 애가 저러고 있으면 의사 선생은 진정할 수 있겠어요?”     


의사는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성경 구절에 이런 게 있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 의사가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요. 가서 기다리세요. 하나님의 은총을 믿고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가자 아이의 아버지는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그런 소리를 쉽게 하지.”      


여러 시간이 걸려 수술이 끝났습니다. 마침내 의사가 밝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어요. 아드님은 괜찮을 겁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궁금하신  것은 간호사에게 물어봐 주세요~”    


그렇게 말한 의사는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환자의 아버지는 안도하면서도 의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분은 왜 저렇게 오만하죠? 잠깐이라도 아이의 상태를 이야기해 주면 좋을 텐데.”     


간호사가 가라앉은 음성으로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의사 선생님 아들이 어제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병원에서 급히 호출했을 당시 선생님은 아드님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죠. 이제 수술이 잘 됐으니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간호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너무 성급히 판단하지 마세요. 남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요. 우리는 상황이 급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상황인데 당신들은 그 정도도 이해해 주지 못하느냐? 그게 우리의 모습이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분노하고 절망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당신의 급한 사정을 잘 모를 수도 있고, 그들 역시 다급한 상황에 놓여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조금 참으세요. 그리고 기도하세요.     


여러 해 전 대학생이던 제 아들이 폐렴에 걸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성인 남자가 폐렴에 걸린 경우는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아이는 감기인 줄 알고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제가 없는 상황에서 아내가 아들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기도해. 지금은 기도해야 해.” 저는 그 말을 듣고 솔직히 제 아내에게 몹시 화가 났었습니다. 애가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는데 그게 위로가 되나? 그런 생각이었죠.    


저는 신앙이 깊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아내의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 놓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어려운 상황이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미리 판단하지 마세요. 그리고 기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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