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의 아내가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슬픈 표정으로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는 것을 보았지요. 그녀는 남편의 어깨너머로 그가 적어놓은 메모를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잠시 후 쪽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 그녀는 그것을 남편의 메모 옆에 놓았습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해 나는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담석을 제거했다.”
“나는 건강하게 60세가 되었고, 직장에서 퇴직해 보다 집중해서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아버지가 95세를 일기로 고통 없이, 조용히 세상을 뜨셨다.”
“지난해 감사하게도 내 아들은 새 생명을 얻었다. 차는 부서졌지만 그런 큰 사고에도 아들은 큰 부상 없이 무사했다.”
끝 부분에 그녀는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주님의 큰 축복을 받았다. 무사히 보낸 한 해였다.”
우리는 행복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고 감사함으로써 행복합니다. 삶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요. 언제나 행복할 수도 언제나 불행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항상 반대인 것은 아니죠. 성공 속에 실패가 실패 속에 성공이 있듯이 삶의 행, 불행은 이항대립(二項對立, binary opposition)의 구조 안에 있을 수 없습니다. 형용의 모순이기는 하지만 슬픈 기쁨 혹은 기쁜 슬픔이란 것도 존재하니까요. 영어에 ‘실버라이닝’(silver lin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구름이 낀 뒤 햇살이 비쳐 검은 구름 가장자리에 은빛 테두리가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먹구름 뒤로 비치는 밝은 빛을 우리는 희망이라 하죠. 감사해야 합니다. 아프고 슬픈 일도 달리 보면 다르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차이는 바로 감사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삶 뒤에 희망의 은빛 테두리가 있음을 믿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