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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4. 2021

감사해서 행복한 삶

한 유명 작가가 서재에 앉아 지난 해를 돌아보며 메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담석 제거 수술을 받음.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음.”

“지난해 60세가 되어 퇴직했음. 출판사에서 30년 근무했음.”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슬픔을 겪었음.”

“지난해 아들 녀석이 의사 시험에 떨어졌음. 교통사고로 깁스를 한 채 여러 날 입원.

차량 파손. “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썼어요.


“아! 끔찍한 한 해였군!”         


그때 그의 아내가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슬픈 표정으로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는 것을 보았지요. 그녀는 남편의 어깨너머로 그가 적어놓은 메모를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잠시 후 쪽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 그녀는 그것을 남편의 메모 옆에 놓았습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해 나는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석을 제거했다.”

“나는 건강하게 60세가 되었고, 직장에서 퇴직해 보다 집중해서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아버지가 95세를 일기로 고통 없이, 조용히 세상을 뜨셨다.”

“지난해 감사하게도 내 아들은 새 생명을 얻었다. 차는 부서졌지만 그런 큰 사고에도 아들은 큰 부상 없이 무사했다.”       


끝 부분에 그녀는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주님의 큰 축복을 받았다. 무사히 보낸 한 해였다.”   

  

우리는 행복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고 감사함으로써 행복합니다. 삶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요. 언제나 행복할 수도 언제나 불행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항상 반대인 것은 아니죠. 성공 속에 실패가 실패 속에 성공이 있듯이 삶의 행, 불행은 이항대립(二項對立, binary opposition)의 구조 안에 있을 수 없습니다. 형용의 모순이기는 하지만 슬픈 기쁨 혹은 기쁜 슬픔이란 것도 존재하니까요. 영어에 ‘실버라이닝’(silver lin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구름이 낀 뒤 햇살이 비쳐 검은 구름 가장자리에 은빛 테두리가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먹구름 뒤로 비치는 밝은 빛을 우리는 희망이라 하죠. 감사해야 합니다. 아프고 슬픈 일도 달리 보면 다르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차이는 바로 감사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삶 뒤에 희망의 은빛 테두리가 있음을 믿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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