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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4. 2021

너무 쉬운 비판

오랜 시간 유명한 화가 밑에서 그림 수업을 받아온 젊은 미술학도가 마침내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화가로서의 능력이 궁금했던 그는 며칠에 걸쳐 열심히 풍경화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그 그림을 행인이 많은 거리에 전시할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내 그림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림을 들고 시내로 나간 그는 번잡한 거리 한 편에 자신의 그림을 세워두고 그 밑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저는 이제 막 화가의 길에 들어선 신예작가입니다. 열심히 그린 그림이지만 서툰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림에 고칠 부분이나 실수가 있으면 놓아둔 펜으로 ×를 표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몇 시간 뒤 그는 그림을 놓아둔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위로 수많은 ×표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죠. 어떤 사람은 그림 위에 비판과 제안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젊은 화가는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온통 ×표로 덮인 캔버스를 들고 그는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저는 화가의 자질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제 그림이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자의 이야기를 들은 스승은 옅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습니다.    


“자네는 뛰어난 자질과 솜씨를 지니고 있어. 누가 뭐래도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 내가 증명해주지. 자네 먼저 그린 그림과 똑같이 한 번만 더 그려줄 수 있겠나? 나를 믿고 다시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제자는 내키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스승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그는 이전 그림의 모사본을 들고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내의 그 거리로 함께 나갔습니다. 같은 자리에 그림을 걸고 그 밑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저는 이제 갓 화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에 대한 여러분들의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혹시 제 그림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아래에 준비한 붓과 물감으로 자유로이 수정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스승과 제자는 그림을 거리에 두고 그들의 화실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함께 그 자리에 도착한 두 사람은 누구도 그림에 손을 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말했죠.     


“하루는 너무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네. 내일 다시 와 보지.”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날마다 그림을 보러 갔습니다. 어느새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스승이 말했습니다.     


“아무도 자네 그림에서 잘못을 찾지 못한 것 같군. 자넨 훌륭한 화가인 거야!”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을 비판합니다. 그 비판은 합리적일 수도 있고, 상대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그 비난으로 인해 상대는 커다란 상처를 입고 심지어 좌절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을 겁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표를 하고 비판과 제안의 글을 남기기도 한 것이죠. 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실제로 고쳐보라는 요구에는 누구도 쉽게 반응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남을 비판하기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끔 우리는 대안 없는 비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가차 없는 비난을 퍼붓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하게 비난하는 사람일수록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격려와 칭찬의 말에 문제 해결의 길이 있을지 모르죠. 데일 카네기는 한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보는 비판하고, 비난하고, 불평한다. 좋은 성품과 자제력이 있는 사람만이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남을 비판하는 즐거움은 상대가 지닌 멋진 장점에 감탄하는 즐거움을 빼앗아 갈 뿐이죠. 쉽게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마세요. 당신에게도 해답은 없을지 모르니까요. 혹시 비난을 받아 상심하고 있나요? 2,500년 전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렇게 말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비판은 쉽게 피할 수 있다.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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