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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6. 2021

바퀴벌레 이론

반응(reaction)과 대응(response)

레스토랑에서 몇 사람의 여성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녀의 어깨 위로 어디선가 바퀴벌레 한 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놀란 여성은 사색이 되어 소리치며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그 바람에 그 바퀴벌레는 옆 자리의 다른 여성에게 옮겨 붙었죠. 똑같은 장면이 이어지고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은 거의 패닉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나이가 지긋한 웨이터가 달려왔죠. 소동 속에서 바퀴벌레는 그 웨이터의 셔츠에 달라붙었어요. 그런데 그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그는 가만히 바퀴벌레를 지켜보더니 두 손가락으로 벌레를 떼어내고는 레스토랑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여성들의 아우성과는 달리 웨이터의 태도는 침착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지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바퀴벌레가 아니었어요. 혼란의 원인은 그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데에 있었던 것이죠.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경우에 해당됩니다. 아버지와 상사와 아내의 분노에 찬 외침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 외침이 야기하는 혼란스러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죠.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나의 반응이 혼란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에 반응하지 말고, 문제에 대응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니 나는 어려움에 부딪혀 언제나 그것에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는 동안 대응의 시점을 놓쳐 더욱 혼란만 가중되었던 것이죠.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대응은 신중히 계획된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되지 않게 하고, 관계의 붕괴를 피하고, 분노나 불안 속에서 성급히 결정을 내리지 않게 하는 대응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바퀴벌레에 호들갑 떨지 말고 가만히 그것의 움직임을 지켜보세요. 그리고 대응하세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면, 기억하세요. 바퀴벌레 이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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