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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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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2. 2021

아내를 버린 남자

교실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작은 유람선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어. 그 배에는 부부가 타고 있었지. 그들은 배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구명정에 도달했단다. 하지만 그곳에는 단 한 사람의 자리 밖에는 남아있지 않았어.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지. 잠시 후 남편은 아내를 밀치고 구명정에 올랐어. 아내는 멍하니 남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지.”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내가 뭐라고 했을까?”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며 외쳤죠.

“당신을 증오해요. 내가 눈이 멀었지!!”    


선생님은 교실 한 모퉁이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뭐라고 했을 것 같니?”     


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를 부탁해요...”     


선생님은 놀랐습니다. 그리고 전에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죠.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그건 우리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아빠에게 했었던 말이에요.”     


아이의 말에 선생님은 슬픈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갔습니다.     


“네 답이 맞았어. 그렇게 말했단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남겨진 딸아이를 홀로 키웠지. 여러 해가 지나고 아빠가 숨을 거두자 성장한 그의 딸은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그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어. 그 불치병으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를 위한  크루즈 여행을 떠났었던 거였어. 그리고 그 절박한 순간 남편은 아내의 눈빛에서 그녀의 마지막 소망을 보았던 거지.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단다. ‘당신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싶었소. 하지만 우리의 딸을 위해 난 살아남아야 했지. 당신을 그 차가운 바다에 홀로 두고 떠나기 너무 힘들었다오.’"    


선생님은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교실 안의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그들도 그 이야기의 의미를 깨닫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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