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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2. 2021

기적의 값

살리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살리는 엄마와 아빠가 남동생 게오르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죠. 동생은 몹시 아팠어요. 부모님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남은 방법은 수술뿐이었는데 부모님은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죠. 살리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것은 기적뿐이야...”     


살리는 감추어두었던 저금통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동전을 모두 꺼내 들고 조심스레 세어보았습니다. 세 번을 세어본 끝에 살리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액수가 틀려서는 안 되었으니까요. 동전을 벙어리장갑에 넣고 살리는 집 근처 모퉁이에 있는 약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살리는 약사가 자신을 부를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약사는 다른 손님과 이야기하느라 살리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 보였죠. 발을 굴러보고 기침 소리를 내어도 약사는 좀처럼 살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살리는 약사 앞으로 가서 카운터 위에 동전이 든 장갑을 내려놓았습니다. 결국 약사가 살리를 바라보며 다소는 짜증스럽게 물었죠.     


“뭐가 필요하니?” 

“동생이 많이 아파요... 난 기적을 사러 왔어요.” 

“뭐라고?” 

“기적이요. 기적을 사러 왔다고요.” 

“안됐지만 여기선 그걸 팔지 않아.”

“돈이 있다고요. 얼만지 말만 하세요!”     


그때 옆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신사 한 사람이 살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동생은 어떤 기적이 필요한 거니?”     


살리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몰라요. 동생이 너무 아파요. 엄마는 동생이 수술을 받아야 한데요. 하지만 부모님은 돈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돈을 가져왔어요.”     

“그래 얼마가 있니?” 

“일 달러 팔십 센트요.”     

“그래? 이런 우연이 있나.” 미소를 띠며 신사가 말했어요. 

“일 달러 팔십 센트라... 동생을 구할 기적의 값이 정확히 그 돈이야.”    


신사는 한 손으로 동전이 든 벙어리장갑을 들고 다른 손으로 살리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 이제 너의 집으로 날 데려다 주렴. 동생도 보고 부모님도 만나야겠어.”         


그 신사는 유명한 외과의사 칼튼 암스트롱 박사였습니다. 그는 게오르기가 앓고 있던 병의 전문의였습니다. 그는 무료로 수술을 했고 살리의 동생은 회복되었습니다. 살리의 부모는 일어난 모든 일을 믿을 수가 없었지요.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수술은 마치 기적과도 같았어.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엄마의 말을 들으며 살리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는 기적의 값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일 달러 팔십 센트...’ 그리고 아이의 믿음을 더한 값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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