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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18. 2021

미움과 두려움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게임 하나를 제안했어요. 아이들에게 봉투에 감자를 담아오라고 말했죠. 그리고 그 감자에 가장 미운 사람의 이름을 써오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은 어김없이 감자가 든 봉투를 가져왔습니다. 어떤 아이는 하나, 다른 아이는 둘, 또 다른 아이는 무려 다섯 개의 감자를 넣어왔어요. 어린아이에게 미운 사람이 그렇게 많다니!    


선생님이 제안한 게임은 그 감자를 일주일 동안 들고 다니는 것이었죠. 어디를 가든 말이에요. 화장실까지도! 처음에 아이들은 감자를 들고 다니며 장난스럽게 미운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떠들며 웃어댔죠. 하지만 곧 아이들은 감자 봉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썩은 감자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란... 다섯 개나 넣어온 아이는 어땠겠어요?     


일주일이 지나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감자를 들고 다닌 날들에 대한 느낌을 말하도록 했어요.        


“너무 힘들어요.”

“불편해요.”

“냄새가 너무 지독해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미운 사람의 이름을 적은 감자는 여러분 마음속에 들어있는 미움이에요. 그 미움의 냄새가 여러분의 마음을 오염시키죠. 어디든 들고 다녀야 하니까요. 그 썩은 감자의 냄새를 일주일도 참을 수 없다면 평생 마음속에 미움을 담고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요?”         


살다 보면 미운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말입니다. 선생님의 말대로 미움을 마음에 담고 사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잊으려고 합니다.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쩌지요. 회사에서나 학교에서 늘 그 사람을 보게 된다면, 절대 안 볼 수가 없다면 그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요. 마음속의 미움과 증오는 결코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모르지 않지요. 미국의 흑인 여류 작가 마야 안젤루는 “미움은 세상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단 한 가지도 해결하지 못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든 미움을 품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나의 그 미움과 증오가 두려움의 결과는 아닐까요? 당당히 상대의 문제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고 마음에 미움을 담아 소심하게 복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미움을 버리도록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두려운 나머지 미움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미움을 버리기 위해서는 두려움에 맞서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때로 우리는 두려운 것을 증오한다.”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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