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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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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31. 2021

코끼리와 모기

모기 한 마리가 다리 앞에 선 코끼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 친구! 내가 자네 등 위에 앉아 다리를 건너는 동안 친구가 되어줄까?”    


코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기는 그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였습니다. 코끼리에 등에 앉은 모기는 으쓱했지요. 자신이 코끼리를 설득해 그의 동반자가 된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코끼리가 막 다리를 건너려 하자 모기가 소리쳤습니다.     


‘친구 조심해! 우리 둘이 함께 가면 무거워서 다리가 무너질지도 몰라! “    


코끼리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건넌 뒤 모기가 말했습니다.    


“내가 안내를 잘했지? 이렇게 무사히 건너왔잖아!” ``    


이번에도 코끼리는 대꾸하지 않았어요. 마침내 코끼리 등에서 내려오면서 모기가 윙윙댔죠.     


“여기 내 명함이야. 앞으로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휴대전화로 연락해.”     


코끼리는 어딘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갈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모기 같은 사람들이 있죠. 혼자서 나와 관계를 만들고, 원치도 않았는데 충고하고, 이유 없이 비난하는가 하면 모든 걸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허풍을 떠는 사람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코끼리예요. 그저 터벅터벅 걸어가면 됩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니까요.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정도로 치부하세요. 당신과는 체급이 다르니까요. 굳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모기는 모기의 삶이 있으니까요. 코를 치켜들고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후 앞으로 나아가세요. 우린 코끼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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