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미국의 여러 대학들을 다니며 상대성 원리에 대한 강의를 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늘 아인슈타인을 수행하던 그의 운전기사가 한 대학을 찾아가는 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사님, 전 오늘 하실 강의를 30번이나 들었어요. 하도 들어 다 외워버렸죠. 이제 그 강의는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놀랄만한 제안을 했습니다.
“이번에 가는 대학은 나를 잘 몰라. 그곳에 도착하면 내가 자네 모자를 쓰고 있겠네. 자네가 나라고 소개하고 내 대신 강연을 해보라고.”
운전기사는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걱정도 되었지만 은근히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사실 그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아인슈타인의 강의를 흉내 낼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마침내 강연이 시작되었고, 그는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대학의 교수 하나가 마무리 인사를 하는 그에게 매우 난해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그 교수의 의도는 지식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곤란한 질문을 통해 이 위대한 과학자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운전기사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도 단순해서 아마도 제 운전기사도 쉽사리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잠시 그를 이 자리에 불러보겠습니다.”
운전기사의 모자를 쓴 아인슈타인은 단상에 올라 교수의 질문에 대해 답을 했습니다. 강연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운전기사의 뛰어난 설명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에 관한 이 이야기는 사실로 믿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가 틀림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아인슈타인은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후 미국의 많은 대학들을 다니며 강연을 가졌습니다. 나중에 프린스턴 대학에서 그를 교수로 초빙할 때 대학 측은 이 위대한 천재를 모셔오기 위해 백지 수표를 건넸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수표에 자신이 독일 대학에서 받던 급여를 써냈다고 합니다. 학문만을 위해 살아왔던 노학자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일화입니다. 이후 2차 대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이 건국되었을 때 2000여년 만에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은 유대인들은 그를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으로 옹립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학자로서의 길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위의 글은 우리에게 생각의 거리를 줍니다. 천재를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진지하게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그것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운전기사는 재치로 어려움을 벗어났지요. 교수의 질문은 자신이 아니고 아인슈타인만이 답할 수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동차에 관한 한은 운전기사가 아인슈타인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요. 그리고 어떤 지식도 다른 지식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우린 상대성의 원리를 몰라도 살아가지만 자동차가 없이는 너무도 불편할 테니까요.
p.s. 물론 저는 아인슈타인을 존경하고 그의 위대성을 흠모합니다. 그의 자서전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젊은 시절의 저를 기억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