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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1. 2021

할머니의 주름

한상림 : 주름

주름

     한상림     


검버섯 핀 노모 손등에 이랑이 생겼다

할머니 손 왜 이래,

쭈글쭈글 밀리는 손등을 만지며

증손자가 두 눈을 휘둥그레 치뜬다    


아가야,

이게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누군가를 많이 쓰다듬을 때

무언가를 듬뿍 퍼주고 싶을

눈금처럼 조금씩 자라나는 거지     


할머니와 증손자 사이

사랑이 자라고 있다      


Wrinkles

          Han Sang-rim     


On the spotted back of an old mother’s hand are the furrows seen.

What happened to your hand, granny?

Touching her wrinkled hand,

Her great grand-son asks with his eyes wide open.     


Baby,

This is love.

Love cannot be gained by anyone.

Love grows little by little like a scale

When you eagerly want to touch somebody

And wish to give others much.    


Love grows

Between grandma and her great grand son.       


늙으면 주름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인생의 훈장이라 하지만 쭈글쭈글해진 피부를 보며 행복한 사람은 없지요. 얼굴에도, 목에도 손등에도 주름이 집니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을 느끼죠. 기억하세요?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을? 아이에게는 그 주름이 흉하지 않습니다. 그저 할머니의 손일 뿐이죠. 그래서 그 손을 쓰다듬습니다. 그것은 끝없는 사랑을 주신 할머니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의 표현입니다. 총총히 박힌 별빛 아래 손자의 머리를, 등을, 손을 쓰다듬던 할머니의 사랑입니다. 그렇게 작고 따뜻한 손길이 모여 사랑의 길이 열립니다. 무엇이든 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자라나는 것이죠.     


* 위의 시는 금년도 지하철 게시 작품으로 선정된 브런치 작가 한상림 시인의 작품입니다. 2021년 8월 31일 자 브런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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