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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18.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31)

셸리: 사라지고 난 후의 소중함

Music, when soft voices die,

Vibrates in the memory.

Odors, when sweet violets sicken,

Live within the sense they quicken.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Are heaped for the beloved’s be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e gone,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Percy Bysshe Shelly)    

음악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내 기억 속에 울려 퍼집니다.

향기는 아름다운 바이올렛이 시들고 나서야

그것이 깨워놓은 감각 안에 살아나죠.     

장미 꽃잎은, 장미가 죽고 나서야

사랑하는 이의 침상 위에 덮입니다.

그렇게 당신이 가버린 뒤에야

사랑은 당신 생각에 기대어 잠이 듭니다.   (퍼시 비시 셸리)    

  

  왜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요? 이제 내 곁에 없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는 형제, 사랑하는 사람. 왜 그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그들을 그리워하지도 고마워하지도 못했을까요. 그리고 가장 소중했던 시간들, 장소와 모습들, 그 모든 것이 희미한 기억 속에 남게 될 때까지 우리는 왜 그것들을 잊고 있었을까요? 아버지 출근 시간 때의 라디오 소리, 어머니가 끓이시던 김치찌개 냄새, 초등학교의 그 작아진 교문과 운동장, 교실의 책상까지 가슴 저미도록 그리워집니다. 테니슨의 시처럼, 더 이상 없는 시간들을 생각하며 눈물 흘립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태우고 저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작은 돛단배를 바닷가에 아 망연히 바라보는 섬 소년 같은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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