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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0.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32)

사랑이 사라진 결혼은 무엇으로 살까요?

When marrying, ask yourself this question: Do you believe that you will be able to converse well with this person into your old age? Everything else in marriage is transitory.   (Friedrich Nietzsche)    

결혼을 하게 되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나는 늙어서까지 나의 배우자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결혼에 있어서 다른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입니다.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기독교의 신성에 의심과 회의감을 던진 사람이었습니다. 신에 의지하기보다는 지상에서의 삶에 충실하고, 인간의 개조를 통해 신을 대체할 ‘초인’의 등장을 주장하기도 하였죠. 그런 그가 사랑의 열정에서 벗어나 현실이 되는 결혼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대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통의 부재는 오해와 무관심을 낳고, 결국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더 이상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 이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벽을 쌓고,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부부지간만 대화가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서로에게 기대어 이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기회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결혼의 서약뿐 아니라 그토록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마저 지워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톨스토이의 아내는 욕심 많고, 질투심도 많은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남편의 제자들을 시기하고 재산 문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난필이었던 톨스토이의 장편 ‘전쟁과 평화’를 여섯 번이나 다시 옮겨 쓴 그의 조력자였고, 평생의 반려였습니다. 부부는 그런 존재인 거죠. 사랑이 사라지고 난 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함께 걸어온 그 먼 길, 같이 넘었던 수많은 고비들에 대한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서로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통한 ‘찐 사랑’은 아닐까요. 니체는 이런 말도 했어요. “결혼생활이 불행한 것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고, 우정이 없어서이다.” 친구는 ‘세상이 모두 내게서 나가버릴 때, 나에게 들어오는 사람’이랍니다. 부부에게 그런 우정이 있다면 그건 젊은 시절의 사랑보다 더 강한 유대를 주는 것이겠죠. 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둘이 함께 만든 가정이라는 사랑의 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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