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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30. 2021

바보가 되어가는 길

나호열 : 큰 바보

큰 바보

          나호열     


슬픈 일에도 해죽거리며 웃고

기쁜 일에는 턱없이 무심한 사람

그 곁을 애써 피해 가지만

걸어가야 할

먼 길

바보가 되어 가는 길    


An Ultimate Fool

         Nah, Ho-yeol     


A man who laughs at sad things,

Indifferent to happy things.

I try to get around away from him,

But, Ahead of me

There is a long way to go

For being a fool.    


시를 읽으며 시인의 놀라운 통찰을 봅니다. 세상이 바보라고 하는 사람. 그래서 누구도 친해지려 하지 않는 사람. 남들처럼 아첨도 못하고,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 그래서 외로운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조롱에 속없이 빙그레 웃는 사람. 그래서 더 바보가 되는 사람.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빼앗으면 빼앗기는 대로 빈손이 되는 사람. 남들 앞에서는 실없이 웃다가도 혼자가 되면 그렇게 서러운 사람. 한 번도 제대로 울어보지 못한 사람.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 얇은 점퍼로 겨울을 나는 사람. 욕설을 들어도 고개만 숙이는 사람... 그래서 늘 혼자인 사람.     


누구나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크게 앞서지는 못해도 멀리 뒤처지지는 않으려 이를 악물고 뛰고 또 뜁니다. 그러다가 길 위를 어슬렁거리는 바보들을 보며 ‘저것도 행복일까?’ 잠시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얼른 마음을 고쳐먹죠. 귓전에 옆집 사람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파트 하나 사두었더니 일 년 만에 내 연봉의 열 배를 벌었어!” 안 됩니다. 절대 여기서 멈춰 설 수는 없지요.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뛰어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바보들과 멀어져 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뛰어야 할까요? 서서 뒤돌아보니 결국 나는 서성이는 바보에 불과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길을 왜 이리 열심히 뛰어왔을까요? 그리고 숨 고르는 마지막 순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을 깨닫습니다. 그 바보들의 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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