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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8. 2021

코로나와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에드워드 허쉬 : 마지막 저녁의 모습

마지막 저녁의 모습

              에드워드 허쉬     


바닷가 텅 빈 카페

당신은 작은 퇴창 옆에 앉아있다.

해 질 녘 카페 주인은 가게 문을 닫는다.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는 난방기 위로

당신은 여전히 허리를 구부리고 있다.     


파도 위로 스러지는 마지막 푸른빛을 보기 위해

이제 당신은 해안가를 걷고 있다.

주변의 벽들로 끊임없이 둘러싸인

비좁은 작은 집에서 살아왔지만

바다와 하늘은 여전히 당신의 것이었다.      


물기 머금은 안개, 그늘진 심연에서 올

함께 한 잔 할 친구는 아무도 곁에 없다.

소용돌이치는 우주와 함께 할 뿐이다.

저 먼 곳, 따뜻한 그곳에 있던 사랑이여 안녕.

이곳은 끝없는 밤과 무한한 침묵.     


What the Last Evening Will Be Like  

                                    Edward Hirsch  


You're sitting at a small bay window

in an empty café by the sea.

It's nightfall, and the owner is locking up,

though you're still hunched over the radiator,

which is slowly losing warmth.    


Now you're walking down to the shore

to watch the last blues fading on the waves.

You've lived in small houses, tight spaces—

the walls around you kept closing in—

but the sea and the sky were also yours.    

No one else is around to drink with you

from the watery fog, shadowy depths.

You're alone with the whirling cosmos.

Goodbye, love, far away, in a warm place.

Night is endless here, silence infinite.    


놀랍고도 끔찍한 세월입니다. 이제 과거의 일상은 기억에서 조차 아스라하죠. 그 많은 저녁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친구들은? 밤의 열기와 낭만은? 이제 해 질 녘이면 우린 발걸음을 돌려야 합니다. 닫힌 카페 밖, 창문 아래에서 우리는 파도 위로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닫힌 문과 서두르는 발걸음 소리만이 서럽습니다. 상실의 저녁. 이웃집 벽마저 등을 돌린 이 적막의 저녁. 뿌연 안갯속에서라도, 어두운 심연 속에서라도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이제 밤이 오면 영원한 침묵만이 가득하겠죠.     


코비드의 시대,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마지막 저녁들을 매일처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외로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빙빙 도는 거대한 우주의 거친 숨소리에 정신만 아득할 뿐입니다. 뉴욕 시에서 시를 쓰는 에드워드 허시의 우울한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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