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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09. 2021

여자를 위한 찬가

여자를 위하여 : 이기철

여자를 위하여 

             이기철    


너를 이 세상의 것이게 한 사람이 여자다 

너의 손가락이 다섯 개임을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 

너에게 숟가락질과 신발 신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 여자다 

생애 동안 일만 번은 흰 종이 위에 써야 할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네 이름을 모음으로 가르친 사람 

태어나 최초의 언어로, 어머니라고 네 불렀던 사람이 여자다.     


네 청년이 되어 처음으로 세상에 패배한 뒤 

술 취해 쓰러지며 그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차를 타고 밤 속을 달리며 전화를 걸 사람도 여자다 

그를 만나 비로소 너의 육체가 완성에 도달할 사람 

그래서 종교와 윤리가 

열 번 가르치고 열 번 반성케 한 

성욕과 쾌락을 선물로 준 사람도 여자다     


그러나 어느 인생에도 황혼은 있어

네 걸어온 발자국 헤며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 때 

이미 윤기 잃은 네 가슴에 더운 손 얹어 줄 사람도 여자다 

깨끗한 베옷을 마련할 사람 

그 겸허하고 숭고한 이름인 

여자    


For a Woman

          Lee, Ki-chul     


It is a woman who makes you belong to this world

And first teaches that you have five fingers. 

It is a woman who tells you how to use chopsticks and wear your shoes. 

It is a woman that makes you know your own name from her voice

Which you have to write innumerable times in a lifetime.

It is a woman that you called ‘mom’ in the first tongue after birth.     


It is a woman whose name you call

When you grow up to be defeated by the world and get drunk,

And you will make a phone call to her on the midnight train.

It is a woman in whose presence your body reaches completion.

It is also a woman who gives you a gift of sexual desire and pleasure 

Religion and ethics teach you ten times and make you regret as many times.     


But life has its twilight years

When you count your footsteps past and brush off dirts from your shoes.

Then, it is a woman who puts her warm hands on your rusty breast

And prepares for your shroud.

The humble but noble name,

A woman.     


이 세상의 반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남자들의 욕망을 품어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길렀습니다. 그 어떤 위대한 사상가나 지도자도 그 어머니의 양육을 통해 세상에 나왔을 뿐입니다. 여자는 그 위대한 이름, 어머니이고 아내입니다. 연쇄 살인범도 사이코패스도 어머니라는 소리에는 고개를 숙입니다. 적어도 그들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남을 사람은 그녀뿐이니까요. 작은 손가락 발가락에 입 맞추고 가슴에 안아 젖을 빨게 한, 이 세상 그 어디보다 안전하고 푸근했던 어머니의 품, 그 기억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지 않을 인간은 없기 때문이죠. 세상이 녹록지 않아 지치고 좌절한 순간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어머니의 목소리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나만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람은 어머니뿐입니다.    


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와 가정을 이루어 그것을 지키게 하는 남자의 힘은 운명처럼 만난 아내라는 존재에서 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남자에게는 곧 미래입니다. 그녀와 함께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은 땅바닥을 기는 수치심이나 살과 뼈를 깎는 고통보다 더 절실한 것입니다. 지치고 병들어 죽어가는 내 가슴에 눈물 속에서 손을 얹을 존재, 식은 내 몸에 수의를 입힐 사람 그것은 나와 함께한 여자입니다. 남자는 기억해야 합니다. 나를 낳고 나의 마지막을 지킬 숭고한 존재는 여자뿐임을. 사랑하는 여인이여, 무릎 꿇고 당신에게 감사드리고, 두 손 모아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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