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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4. 2021

울고 싶을 때는 우세요

용혜원 : 혼자 울고 싶을 때

혼자 울고 싶을 때  

                  용혜원 


이 나이에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손등에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젠 제법 산다는 것에 

어울릴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어색한 걸 보면 

살아감에 익숙한 이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모두들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만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만 같습니다 


이젠 어른이 되었는데 

자식들도 나만큼이나 커가는데 

가슴이 아직도 소년 시절의 

마음이 그대로 살아있나 봅니다 


나이 값을 해야 하는데 

이젠 제법 노숙해질 때도 됐는데 

나는 아직도 더운 눈물이 남아 있어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When I Feel like Crying Alone

                     Yong, Hye-won


At this age

I often feel like crying alone.


Shedding hot tears

On my hands, 

Gazing blankly at the empty sky,

I feel like crying alone. 


Now I am old enough  

To know what it is to live.

But, still a stranger to living,

I am only envious of those

Who have  known how to live easily. 


All men seem to have their own reason to live

Except me who is all the same 

From childhood to the present.


Now I am old enough 

And my children have already grown up.

But my heart remains unchanged 

As it was in my boyhood.


After so many years

Why don’t I grow up?

Warm tears still left,

I often feel like crying alone. 


그렇지요. 누구나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는 겁니다. 그것은 나이나 성별, 신분이나 지위, 재산 등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지요. 그래서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합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누르는 것은 마음의 병을 초래할 수 있는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영국의 황태자비였던 다이애나가 이혼 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을 때 그녀를 사랑했던 많은 영국인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죠. 그런데 이 애도의 시기에 영국인들의 정신과 진료 횟수는 현저히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른바 ‘다이애나 효과’라는 것입니다. 슬픔을 눈물로 치유하여 정신적인 압박을 해소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비극이 두려움과 연민의 감정을 통해 실현하는 카타르시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인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감상에 빠져 울고 싶음을 한탄합니다. 나이 값도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마저 느낍니다. 살만큼 살아 세상을 모르지는 않는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소년 같은 슬픔 속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일까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는 주변의 사람들이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삶의 황혼 녘에 들어서까지 변치 않는 이 나약한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눈물샘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마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세상에 대한 배신감이 남은 걸까요? 남에게서 받은 하찮은 상처에 아직도 아픔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흐르는 눈물과 끓어오르는 슬픔은 앞으로도 남은 시간만이 치유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가끔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남은 눈물을 세상 떠나는 날까지 가지고 가진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오늘 혼자서 눈물 흘리고 싶습니다. 남은 눈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으려면 울고 싶을 때 굳이 참으려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눈물 뒤에 오는 평온함이 그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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