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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6. 2021

마흔이 되면

함민복 : 마흔 번째 봄

마흔 번째 봄

          함민복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는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The 40th Spring

            Ham, Min-bok 


Like a spring mountain where flowers are yet to bloom,

Like a spring mountain where flowers bloom,

Like a spring mountain where flowers are falling,

Like a spring mountain where flowers have already gone,


I wish I could make 

Someone’s heart beat. 


마흔은 불혹(不惑)이라 하지요.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되었다지요. 오십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육십은 남의 말을 쉽게 듣는다는 이순(耳順)으로 나이에 따라 커지는 지혜를 일컫습니다. 하지만 이 말들은 공자님 시대에나 가능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천박한 경험으로는 나이에 맞추어 그러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아직 알지 못하니까요. 하긴 그런 경지를 이루었으니 공자를 성인이라 하는 것이겠죠.


함민복의 저 아지랑이 같은 시를 두고 갑자기 웬 공자님 말씀이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에 맞이하는 봄이 마흔 번째의 봄일 테니, 제목으로만 치자면 시인이 이 시를 쓴 것은 마흔 나이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시인은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봄 산처럼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여 보았으면.”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시인 역시 확신보다는 바람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어쩌면 불혹보다 더 어려운 것이 ‘그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함민복의 짧은 시를 읽으며 이제 마흔의 끝자락을 지나는 분들, 또한 곧 마흔을 만나게 될 분들 모두 나이에 어울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시기를, 혹여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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