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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3. 2021

중심을 잡으세요.

하진 : 중심 

중심 

        하진 


조용한 중심을 잡으세요.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곳.

누군가 당신을 미치광이, 바보라 부르면 

그저 그렇게 혀를 놀리도록 내버려 두세요.

누군가 당신의 인내를 찬양한다 해도

너무 즐거워하지 마세요-

고독만이 영원한 친구입니다. 


멀리 있는 중심도 잡으세요. 

땅과 하늘이 흔들려도 움직이지 마세요. 

누군가 당신을 하찮게 여긴다면 

그건 당신이 오랫동안 중심을 붙들고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다면

당신은 마침내 하나의 세상을 찾을 겁니다.

당신을 중심으로 도는 세상을 말이죠. 


A Center

       by Ha Jin 


You must hold your quiet center,

where you do what only you can do.

If others call you a maniac or a fool,

just let them wag their tongues. 

If some praise your perseverance, 

don't feel too happy about it—

only solitude is a lasting friend.


You must hold your distant center.

Don't move even if earth and heaven quake. 

If others think you are insignificant,

that's because you haven't held on long enough.

As long as you stay put year after year,

eventually you will find a world

beginning to revolve around you.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의 시입니다. 1956년 중국의 진저우에서 태어나 20대 후반인 1985년 미국으로 이주를 하였죠. 그의 시집 ‘먼 중심’(A Distant Center)에 수록된 위의 시는 자신의 조국을 떠나온,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느끼는 자각과 고독의 경험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고향이라는 ‘먼 중심’에 대한 기억과 추억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공허함은 결국 흔들리는 자신의 ‘뿌리 의식’ 일 겁니다. 온갖 차별과 따돌림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시시때때로 자신을 감싸는 허무함은 자신이 태어나 뿌리를 내렸던 그곳과 그곳에서의 삶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하진의 시는 그런 삶을 위로하며 ‘중심’을 붙들라고 말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무엇이라 하든 내버려 두고 자신만의 ‘조용한 중심’을 찾으라고 합니다.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고독은 어디에서도 벗어날 수 없으니 그저 벗 삼으라 합니다. 그리고 저 먼 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먼 중심’을 잡으라 하죠. 흔들리지 말라고요. 그것을 붙들고 버티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의미를 찾으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만의, 당신이 중심에 있는, 세상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의 시가 조국을 떠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조용한 중심’과 어디서든 당신이 그리워할 ‘먼 중심’을 붙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부초(浮草)처럼 흔들리고 떠도는 정신의 삭막함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에는 말입니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모두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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