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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1. 2021

안개와 어둠

나태주 : 안개가 짙은들 

안개가 짙은들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 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However thick a fog is...

                  Na, Tae-joo 


However thick a fog is, it will never erase a mountain. 

However dark the night is, it will never stop the morning to come. 

The sounds of water and birds through the fog and darkness

And even the rough wind and rain can never prevent a flower from blooming.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겪고 나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우리의 삶은 그저 안갯속을 더듬는 것일 뿐이죠.

안갯속에서 우리는 오롯이 홀로일 뿐입니다. 

저만큼 안개의 끝이 보이네요. 

사라졌던 산이 다시 보이고 우리는 또 세상을 만납니다.

그래도 여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조용했군요. 

외로움과 평화로움이 공존합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그저 혼자일 뿐입니다. 

창밖으로 희미한 빛이 번지고 있습니다. 

새들이 다시 울고 언덕길에는 이슬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이 밝은 세상에서도 여전히 외로울 뿐입니다.   


일상은 다시 시작됩니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웅얼거림이 들리네요. 

안개와 밤의 어둠과 외로움이 지나고 

언젠지 모르게 피어난 화분 위의 작은 꽃에 

덤덤한 위로를 느낄 뿐입니다.

이제 다시 오늘을 시작합니다.

언제나 세상을 알게 될까요? 

알아서 좋기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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