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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9. 2021

당신도 다음 세대와는 다르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세대 차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내 기억에는 1970년 초반,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분명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세대 차이’(generation gap)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4년까지 20년의 기간 중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그들의 믿음이나 선택에 있어 이전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였던 것이죠.


세대 차이는 결국 두 세대 사이의 믿음이나 행동을 구분 짓는 차이를 뜻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 사이의 사고 및 행동의 방식 그리고 취향의 차이를 묘사할 때 쓰이는 것이죠. 그것은 정치적 성향, 가치관, 대중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는 현대의 산물만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 전 기간에 걸쳐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겪어온 20세기와 21세기에 그 차이의 폭은 다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세대 구분은 이렇습니다. 첫째로 1901년에서 1927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라 불립니다. 1930년대의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견디고 생존한 사람들이었죠. 2021년 현재는 이 세대의 가장 마지막 해에 태어난 사람들이 90대 후반에 이르렀으니 사실 상 하나의 세대로서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통치를 겪었던 세대이겠죠. 둘째는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라 불리는 1928-1945년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한국 전쟁에 참전하였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로큰롤에 열광하였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신 개척정신(New Frontier) 세대를 이루고, 50-60년대 민권운동을 주도한 세대였습니다. 이들은 이후에 오게 될 세대와 비교해 더 전통 지향적이었고,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제로부터 해방된 새로운 조국에 대한 희망과 혼란의 시대를 겪었고,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과 극심한 이념과 정치의 갈등, 시민혁명과 군사혁명을 함께 경험한 세대들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 1946~1964)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이 커지고, 세대 초기의 사람들이 성년에 이르렀던 시점에서는 정치와 전쟁, 사회정의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충돌하고 있었죠. 이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의 역사적 변화에 참여한 세대들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태어난 한국인들은 아마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오늘의 경제발전의 토대를 세운 세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세대 구분은 역사적 시점에서 다른 구분이 요구될 것이고 그 성향에 있어서도 크게 차이가 날 것이지만 이 글에서는 시기적 측면에서 유사한 세대 구분을 전제로 하여 생각해 본 것입니다.


혹자는 한국의 세대 구분을  베이비붐 세대 (1955-1963),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Y세대(1980년대-1990년 중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이전의 세대에 대한 구분은 따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필자의 무지에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20세기 초반부터의 세대에 대한 구분이 좀 더 전문적 시각에서 학문적으로 성립되기를 기대합니다.


베이비붐 시대 이후 미국의 세대 구분은 1965-1980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제도의 무능함을 함께 목도한 세대입니다. 워터게이트와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란의 미국인 인질 사건을 본 세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서는 등사판이 고속 복사기로, 팩스가 e-메일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거대한 계산기가 소형의 컴퓨터로 변하기도 하였죠.  


이후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는 케이블 TV, 호출기, 전화의 응답기, 노트북 컴퓨터, 비디오 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시간 언론의 급속한 발달로 이 세대의 즉시성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이전과 이후의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을 하게 된 세대였죠. 또한 그들은 비극적인 9-11 사태를 목격했고 2008년의 대공황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Z-세대는 밀레니엄 세대 이후 1996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오늘날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이르는 젊은 층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이 일상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성장해왔고, e-메일이나 정보에 대한 즉각적 접근,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세대였습니다. 이들은 밀레니엄 세대와 유사한 사회적, 정책적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데 두 세대 모두 보다 진보적이고 사회적 평등과 기후 변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그리고 Z-세대는 같은 시기 한국의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세계를 목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얘기하는 MZ-세대는 밀레니엄 세대 시작(1981)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인구의 35.5%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세대의 인구가 전체 연령 층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대선 정국을 맞고 있는 정치권이 그들의 관점과 취향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으며, 일보다는 여가시간에 더욱 관심을 기울입니다. 또한 젊은 층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과거의 믿음과는 달리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정책에 더욱 민감합니다.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는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사실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의 차이는 모든 면에서 드러나죠. 우선 겪어온 세월이 다릅니다. 흔히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을 더 많이 겪다 보니 사는 것이 생각한 것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행동은 젊은이들에 비해 소극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남은 시간이 적으니 무모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육체적인 힘도 쇠락해져 젊은 시절만큼 활동적이거나 긴 시간을 일에 몰두할 수 없지요. 나이 든 세대는 그 점을 아야 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경험은 적지만 무모하리만치 도전적인 젊은이들의 행동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전진이 가능했다는 것을 경험해보았으니 말입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관점이나 견해의 차이가 나이의 차이만큼 커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세대 간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세상의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수많은 기기들을 젊은이들은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나이 든 세대는 그것이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차이가 뭐 어떻습니까? 나는 노인 쪽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생각을 젊게 하라는 말을 들으면 실소가 나옵니다. 노인은 노인답게 생각해야지 왜 젊은이의 생각을 해야 합니까? 물론 모든 것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들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년의 교활함을 뺀다면 치기 어린 젊은 생각보다는  경험을 통한 신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합니다. 걸음걸이가 다른데 생각만 맞추려고 하는 것이 더 어렵고 우스운 일이니까요.


세대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차이가 어우러져 젊은이는 젊은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행동함으로써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다음 세대와 함께 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테니까요. 세대는 끊임 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세상임을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세대 차이는 우리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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