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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0. 2021

마침표

황규관 : 마침표 하나 

마침표 하나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A Period

        Hwang, Kyu-kwan 


Perhaps we live 

To place a period.

With its myriads of twigs

Life stops me from returning. 

Then, it is a little period 

That stirs deep inside the heart.

Yes. A period will do. 

For what have I fallen down

And cried? 

It is not an extinction

But a period which burns away the extinction itself. 

Any epitaph or any flowery prose

Has its last where we have to stop.

The next sentence starts from its burning depth.

However humble life may be,

A period,

That alone will be shining hope. 


악몽을 꾼다. 온몸이 땀에 젖고 두려움에 두 팔을 휘젓는다. 그 순간 마치 무슨 자각처럼 그것이 꿈인 것을 깨닫는다. 벌어지지 않는 입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 “이건 꿈이야. 깨어나면 모든 것은 사라져.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꿈을 깨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또다시 잠으로 빠져들면 그만. 악몽 따위는 두려워할 것 없다. 


작은 마침표 하나면 됩니다. 이런저런 삶의 잔가지들이 몸의 여기저기를 찌르고, 푸른 하늘을 가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 잡을 수 없을 때, 내 안의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어 그저 마침표 하나 찍으면 되죠. 끝내지 못해 좌절하고 눈물 흘릴 필요는 없습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끝내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끝이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한 마침표가 있는 것이죠. 악몽이 끝나고 새 잠을 자듯 새로운 시작은 뜨겁게 타오릅니다. 제 아무리 힘든 여정에서도 마침표 하나면 시원한 물 솟아오르는 샘처럼 빛나는 햇빛에 반짝입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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