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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7. 2021

언젠가 떠나고 버리겠지요

오세영 : 언젠가 한 번은 

언제인가 한 번은

             오세영  


우지 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 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激情)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것이다


At Sometime or Other

                 O, se-young 


Don’t cry, a brook.

At some time or other we all leave. 

Don’t cry, a wind. 

One day we all throw everything away. 

Like a stone rolling down the valley

Or a leave swaying on the dried branch

Life is just dreaming. 

Anyway we are parted from each other someday.

If you, my love, is tired of sorrow,

Just lie down under the shade of a pine tree

And look up to the silently-flowing white clouds. 

The water of a brook crying in passion

Sometime flows away never to return. 


언젠가는 떠나고, 언젠가는 버려야겠지요. 사랑도, 미련도, 미움과 아픔도 모두 말없이 흘러가게 해야겠지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 웃을 일도 아니지만 울어서 바꿀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요. 그저 구르는 돌처럼,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지나온 많은 날들 꿈처럼 흘려 보내야지요. 슬픔 따위는 버리세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을 보세요. 그리고 흐르는 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바람 소리에 노래를 띄워 보내세요. 그렇게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비워낸 마음속에 사랑을 채우세요. 그리움과 추억을 채우세요. 사는 게 뭐 별 건가요? 보내고 버린 그 자리에 우리의 삶이 버티고 서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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