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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3. 2022

소셜 미디어의 함정   

요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옆에 두지 않고는 불안감을 느낀다. 특별히 연락을 하거나 연락을 받을 일이 없는 사람들조차 그렇다. 그리고 수시로 의미 없이 전화기를 켜서 확인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화기 안에 작은 컴퓨터가 들어가고, 과거의 세대들이 수많은 다른 방식으로 충족할 수밖에 없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전화기로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시를 읽고 뉴스를 보고, 스포츠 중계를 즐긴다.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세계 곳곳으로 보낼 수도 있다.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다.


50-60년 전,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가 가정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 그랬다는 얘기고 지방에서는 전화기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TV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네에서 TV가 있는 집에는 레슬링 경기라도 열리게 되면 이웃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만화방에서는 꼬마 손님들에게 특정 프로그램이 있는 날 TV를 개방하기도 하였다.


그리 길지 않은 세월 동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잠시만 돌아보면 노령층---이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정의는 계속 변하고 있지만---들은 불과 몇십 년 전 젊은 시절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전화기와 컴퓨터 속에 들어간 무한의 세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우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고 높은 창공을 날아오른다. 이젠 굳이 등짐을 지어 피라미드를 짓지 않아도 된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라 불리는 현대의 발명이 매일처럼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있으니까.        


소셜 미디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미 소셜 미디어의 힘에 굴복하여 그 부정적인 영향 속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은 우리 모두의 일상에 실제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그 부정적 효과는 육체와 정신 모두에 미친다. 심지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함께 우리 자신까지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수반하는 부정적 영향은 우리의 삶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그것의 사용을 줄이거나 멈춰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그 문제점들을 열거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숙고하는 계기를 가져보기 위함이다.


1. 불안과 절망감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소셜 미디어에 지나치게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의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거의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불안과 절망감을 포함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다. 사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가장 멋진 삶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이야 말로 불안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심리적 스트레스 없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가장 적절한 시간은 하루에 30분 정도라고 한다. 결국 우리의 삶 속에 드러나는 많은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의 문제 역시 ‘적절함’에 달려있는 것이다.  


2. 사이버 폭력 


소셜 미디어 이전만 해도 폭력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폭력이 가해진다. 이른바 ‘사이버 폭력’(cyber bullying)이다. 특히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서 거짓 비방이나 폭로로 상대의 인격을 말살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온라인 폭력은 당하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기도 한다. 사이버 폭력은 어린아이들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어른들도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된다. 장막 뒤에 숨은 사이버 폭력은 그 대상조차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 소외에 대한 두려움 (FOMO, Fear of Missing Out)


흔히 포모(FOMO)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소셜 미디어의 시작과 더불어 계속되어 왔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누리는 멋진 경험에서 자신은 배제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 갖게 되는 불안감의 한 형태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초대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메시지를 체크하거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며 남들이 무엇을 즐기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이 증대할수록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멋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4. 비현실적인 기대감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마음에 삶이나 사람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사이트에 드러나는 모습은 사실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냅챗(Snapchat)을 이용해 신나는 모험을 공유하고, 페이스북(Facebook)에서 사랑을 포스팅하고, 인스타그램에 멋지게 장식된 사진을 업로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진실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이트상에서는 겉으로 멋져 보이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엄청난 빚에 허덕이고 있을 수도 있고, 페이스북의 절친(중요한 타인, SO, Significant Other)과 보이는 만큼사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셜 미디어 안에서 거짓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일 뿐이지만,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들이나 유튜버들이 조작된 사실들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5.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인스타그램의 유명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 화려한 의상에 완벽한 몸매를 뽐낸다. 오늘날 외모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다. 따라서 매일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완벽한 모습들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아침 슈퍼모델의 모습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아무리 몸매를 가꾸어도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놀라운 외모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완벽한 외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조작된 허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 건강을 해치는 수면 패턴


소셜 미디어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증대됨에 따라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만일 수면 상태가 불규칙해져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즉시 소셜 미디어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다. 특히 밤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5분 정도만 페이스북을 체크한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들고서는 자신도 모르게 관심도 없는 사이트들을 검색하게 되니 말이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우리의 소중한 수면을 훔쳐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7. 중독


소셜 미디어는 담배나 술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소셜 미디어와 차단된 채 하루를 보낸 마지막 날은 언제인가? 홀로 가을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 적은 또 그 언제인가? 블로그에서 누군가가 내게 언팔할 때 자신이 거부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가? 만일 당신이 선호하는 소셜 네트워크가 내일 완전히 사라진다면 공허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보면 자신이 얼마나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는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득이 되는지, 아니면 해가 되는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만일 그것의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느낀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적어도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소셜 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을 현격히 줄여야 한다. 요즘 잠들기 전까지 유튜버 화면을 열어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길이나 대중교통 안에서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에 얼마나 되는 지를 깨달아야 한다. 생각하는 힘은 마음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언제나 소셜 미디어 속의 얼간이로 머무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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