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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4. 2022

그리스 연극의 종류와 극장

그리스 연극-1

본격적인 서양 연극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시기 연극은 그리스인들의 가장 중요한 오락이었고, 군중들은 야외의 극장에 모여 울고 웃으며 그들의 시름을 달래고 즐거움을 추구하였다. 그것은 거대한 놀이판이었다. 연극을 영어로 ‘플레이’(play: 놀이)라고 하는 것은 고대 연극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을 나타내는 또 다른 두 개의 영어 단어 가운데 드라마(drama)는 ‘행동하는 것’(to act), 시어터(theatre)는 ‘보는 것’(to see)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연극의 가장 중요한 두 요소 배우와 관객을 의미하는 것이다. 브런치를  통해 서양 연극의 기원이랄 수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연극에 대해 몇 편의 글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그리스 연극의 세 종류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오락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연극을 그들이 사는 세상을 탐구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여겼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은 희극(comedy), 새터극(satyr play)과 비극(tragedy)의 세 종류로 구분되고 있었다.


희극 : 그리스의 희극들은 주로 풍자적이어서 힘 있는 사람들의 허영과 어리석음을 조롱하였다. 최초의 뛰어난 희극작가는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훨씬 뒤에 등장한 메난드로스(Menandos)는 보통 사람들에 관한 희극을 썼으며 시트콤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비극 : 비극은 사랑, 상실, 자만, 권력의 오용, 인간과 신의 관계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다. 전형적으로 비극의 주인공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지를 깨닫지 못한 채 끔찍한 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잘못을 알았을 때. 그 주변의 세상은 무너지고 만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는 아이스킬로스(Aeschylus), 소포클레스(Sophocles), 에우리피데스(Euripides)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연민과 공포의 감정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우리로 하여금 고통 속에 고귀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근심과 걱정을 덜어준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불렀다.


새터극 : 비극의 막들 사이에 공연되었던 짧은 극으로 비극의 주인공들이 겪는 곤경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새터는 신화 속의 존재로 반은 염소이고 반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흔히 풍요와 다산(多産)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시종이었다고 한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커다란 남근을 몸에 붙여 희극적인 효과를 높였다. 이 새터극은 오늘날 거의 남아있지 않다. 최근에는 새터극을 희비극(tragicomedy)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리스의 극장


그리스의 비극과 희극은 언제나 야외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초기 그리스 연극은 아마도 도시 중심부에 있는 빈터나 언덕 부근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곳에서 관객들은 앉거나 서서 신이나 영웅들의 행위를 기리는 코러스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들었다. 기원전 6세기 후반부터 기원전 4~3세기까지 그리스의 극장 구조는 보다 정교하게 진화되었다. 하지만 그리스 극장의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Orchestra) : 오케스트라는 원래 ‘춤추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보통 평평한 원형이었다. 그곳에서 코러스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배우들과 어울렸다. 초기의 오케스트라는 딱딱한 흙으로 만들어졌지만 고전기에 접어들면서 대리석과 같은 자재들을 위에 깔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중앙에는 티멜레(thymele)라고 불리는 제단이 놓여있었다. 아테네 디오니소스 극장 오케스트라의 지름은 약 18미터 정도였다. 이 오케스트라와 그 뒷부분에 있는 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다.  


테아트론(Theatron) : 테아트론은 ‘보는 곳’(viewing place)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의 객석이다. 테아트론은 보통 오케스트라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일부였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상당 부분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기원전 5세기 무렵의 관객들은 방석이나 판자들을 놓고 앉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원전 4세기에 이르러서는 그리스의 많은 극장들이 대리석으로 만든 좌석을 갖추게 된다.  


스케네(Skene) : ‘천막’이라는 뜻을 지닌 스케네는 무대 바로 뒤에 세워진 건물이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 무대는 오케스트라보다 두 세 계단 정도 위쪽에 있었는데 넓이 7.6미터 무대 깊이는 3미터 정도였다. 무대 뒤에 지어진 스케네는 보통 궁정이나 사원으로 꾸며졌다. 스케네에 설치된 몇 개의 문을 통해 배우들이 등장하고 퇴장했다. 또한 스케네의 지붕은 뒤쪽에서 올라갈 수 있어서 신(神)이나 다른 역할을 하는 배우들---예를 들어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시작 부분의 망루 보초병---이 필요에 따라 지붕에서 등장하기도 하였다.


파로도스(Parodos) : ‘통로’라는 뜻의 파로도스(복수형: 파로도이, paradoi)는 코러스나 특별한 역(메신저 역이나 외국에서 돌아오는 병사들)을 하는 배우들이 등퇴장하는 곳이다.  이곳을 통해 관객들도 연극 시작 전후에 극장을 드나들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거대한 야외극장은 원형극장(amphitheatres)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약 15,000명에서 20,00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던 야외극장에서 배우의 연기는 주로 언덕의 아래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객석에 전달되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그리스의 야외극장은 목소리가 자연적으로 증폭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에피다우로스’(Epidaurus) 극장을 비롯해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의 극장들은 음향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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