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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6. 2022

뉴 코미디, 메난드로스

그리스 연극-7

메난드로스(Menandros, 342/1~290 BC)는 그리스 '신희극'(New Comedy)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평생 108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테네의 대표적인 연극 경연대회 중 하나인 레나이아(Lenaia) 축제에서 여덟 차례나 수상을 하였다. 가장 대규모의 축제로 알려진 시티 디오시아(City Dionysia)에서의 기록은 알려진 바 없으나 그의 명성으로 미루어 당연히 괄목할 성적을 거두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는 고대의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지만 중세에 이르러 그의 작품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대개 불완전한 단편들만 남아있다. 디스콜로스(Dyskolos)만이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로 살아남은 작품이다.


디스콜로스(Dyskolos)


‘까탈장이’, ‘구두쇠’, ‘심술쟁이 영감’ 등으로 번역되는 ‘디스콜로스’는 기원전 316년 무렵 레나이아 축제에서 처음 공연되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까다롭고 심술궂은 크네몬이라는 노인의 이야기이다. 장소적 배경은 아테네 북서 지역에서 13마일 떨어진 아티카의 파르네스 산 언덕에 있는 필레라는 마을이다.


극은 프롤로그로 시작되는데 숲의 신 판(Pan)이 요정들의 동굴을 나와 관객들에게 무대 위 두 개의 농장을 소개한다. 오른편에 있는 농장은 심술궂은 노인 크네몬의 소유이고, 그는 미리네라는 이름의 딸, 그리고 시미체라는 늙은 하녀와 함께 살고 있다. 왼 편에 있는 농장에는 크네몬의 의붓아들인 고르기아스가 다오스라는 늙은 하인과 살고 있었다. 크네몬의 아내는 남편의 못된 성품에 질려 오래전에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한편 부유한 아테네인의 아들인 소스트라토스는 사냥을 나왔다가 미리네를 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극이 시작되면 소스트라토스의 하인이 뛰어 들어오며 심술쟁이 농부가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며, 돌을 던지고 심지어 매질까지 해대는 터라 주인의 뜻을 한 자도 전할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잠시 후 크네몬이 등장해 세상에는 쓸데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고, 소스트라토스 같은 건달 녀석이 자기 집 문 앞에 얼쩡대면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그리고 만나고 싶다는 그의 청을 비웃는다. 크네몬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딸 미리네가 물 잔을 들고 집 밖으로 나오고 소스트라토스는 그녀에게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한다. 두 사람의 만남을 우연히 보게 된 고르기아스의 하인이 그 사실을 주인에게 알린다.


처음에 고르기아스는 낯선 젊은이 소스트라토스가 혹시 미리네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그가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원하고 있음을 게 된다. 고르기아스는 크네몬이 소스트라토스의 구혼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젊은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동정해 심술쟁이 의붓아버지와 그의 청혼에 대해 상의해 보려한다. 그는 소스트라토스에게 크네몬과의 만남에 동행하라고 한다.


크네몬과의 만남을 계획한 뒤 다오스가  소스트라토스에게 충고한다. 크네몬은 젊은 녀석이 화려한 코트를 걸치고 게으름이나 떠는 것을 무척 싫어하가난한 농부의 시늉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오로지 미리네와의 결혼만을 원하던 소스트라토스는 자신의 코트 대신 낡고 더러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심지어 밭에 나가 땅 파는 일까지 자청한다. 그러나 다오스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는 젊은 부자 녀석에게 죽도록  일을 시켜면  아마도  사랑 타령은 집워치울 것이고 미리네 문제로 더이상 귀찮게 문제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 고르기에스에게 말한다.   


그날 일과가 끝나자 소스트라토스는 해본 적 없는 농삿일로 온몸이 쑤셔댈 정도였다. 게다가 계획과는 달리 크네몬의 얼굴도 보지못한 터였다.  하지만 그는 고르기아스와 친해져 만찬에 초대까지 받은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그때 크네몬의 늙은 하녀 시미체가 들어오다가 우물에 물통을 떨어뜨리고 그것을 본 크네몬은 화를 내며 그녀를 무대 밖으로 내쫓는다. 그러나 물통을 꺼내려던 크네몬마저 우물에 빠지게 되고 고르기아스와 소스트라토스가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우물에서 건져진 크네몬은 흠뻑 적은 채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그는 늘 자신에게 학대당하던 의붓아들 고르기아스가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해낸 사실에 감동을 받는다. 크네몬은 고르기아스를 자신의 정식 아들로 인정하고 전 재산을 물려준다. 또한 그에게 미리네의 배필을 구해보라고 부탁한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고르기아스는 소스트라토스와 미리네 약혼 날짜를 잡는다.

약혼식 잔치가 열리고 소스트라토스는 미리네와의 사랑을 이루게 해준 고르기아스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의 누이를 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 때문에 부잣집 딸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던 고르기아스가 사양하지만 잔치에 참석한 소스트라토스의 아버지 칼리피데스의 설득으로 마침내 혼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잔치를 즐기는 가운데 크네몬은 방구석에 들어앉아 그만의 고독을 즐긴다. 하지만 늘 크네몬의 욕만 들어왔던 하인들이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잔치에 함께 하라고 소리친다. 결국 두 명의 하인에 의해 머리에 화관을 쓴 채 마지못해 끌려 나온 크네몬이 하객들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춘다. 그는 여전히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게 모두는 행복해진다.


* 아리스토파네스의 '구희극'(Old Comedy)에 대비되는 그리스 ‘신희극’(New Comedy)의 대표 작가가 메난드로스이다. 신희극은 기원전 320년  경부터 기원전 3세기 중반까지 이어지는데 당대 아테네 사회에 대한 가벼운 풍자를 담은 가정적인 내용의 희극을 가리킨다. 신분이 높거나 거창한 사건을 패러디했던 구희극과 달리 신희극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과거의 초자연적이거나 영웅적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코러스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소규모의 연주자나 무용수들이 등장해 가벼운 분위기 속에  극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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