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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7. 2022

다시 켜진다면...

노아 : 차단기

차단기

           노아(老兒)


누전차단기가 자꾸

내려간다

동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전 일곱 시

아직 밖은 어둡다


내 속도 어둡다

촛불 하나에 의지해

세수를 마치니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다

냉동고 속의 것들이


자꾸 울어댄다

눈물이 뚝뚝

다시 차가워지고 싶다

전기 하나로

세상은 뜨겁다가 차가워진다


내속의 차단기도

내려간다

언제 넘쳐흘러본 적 없는데

여전히 꺼져

빛을 잃었다


그래, 차단기 하나로

꺼져버린 마음

자꾸 스위치를 올려본다

여전히 그대로다


A Fuse Box 

                        Noh Ah


Repeatedly 

The fuse box gets broken. 

At seven in the morning 

A few days after the winter solstice

It is still dark outside. 


The inner part of me is dark, too. 

In a single candlelight

I wash myself

Not fully refreshed. 

Things in a freeze  


Continue crying.

Tears are dropping one by one.

I want to be cold again. 

With electricity

The world changes from hot to cold. 


The fuse box in me 

Is broken. 

I have never been overflown

But I am flickered out.

Darkness.   


Yes. the fuse box in my mind 

Has been turned off.

I turn it on over and over. 

But I am still what I was. 


누구나 차단기 하나는 가지고 사는가 싶습니다. 분노의 차단기, 슬픔의 차단기, 사랑과 증오의 차단기, 그리움의 차단기...  우린 그렇게 갖고 싶지 않은 감정을 차단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흘러넘쳐 본 적 없는 감정조차도 우린 지레 틀어막고 싶은 모양입니다. 넘치게 두어도 괜찮을 감정도 미리 차단의 뚝을 쌓아놓고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니 말입니다. 차라리 깜깜한 밤에는 차단기를 내려도 좋겠죠. 흔들거리는 촛불 하나면 족하니까. 그런데 훤하게 동이 튼 이 아침에도 내려간 차단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습관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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