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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5. 2022

그리움을 만나는 길

이정하 :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

             이정하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쫒다가

새벽녘 신열로 앓았다. 고맙구나 그리움이여,

너마저 없었다면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영영 끊기고 말았겠지.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 고 내내 되뇌다 마는

이 지긋지긋한 독백, 이 진절머리 나는 상념이여.


I Will Go When I Miss You

                       Lee, Jeong-ha 


I cried when I missed you. 

Holding the passing wind, I shed tears. 

Aware that I have broken such an easy promise, 

Everyday I looked around restlessly.

It gave me a sudden turn 

To see someone’s back resembling yours. 

Wandering all night like a stray dog, 

I dared not come around you. 

Sniffing at you,

Chasing the shadow absentmindedly,

I suffered fever at dawn. 

Thanks, my longing.

Without it, the path toward you would be stopped forever.

Repeatedly whispering ‘I will go if I miss you, I will go,’

I got tired of that monologue, 

Impatient at my drifted thoughts. 


그리움보다 더 가슴 저미는 것이 있을까요. 그리움에 흐려진 하늘빛을 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몇 조각 그리움을 담고 살지요. 따뜻했던 어머니의 가슴, 그분의 정갈한 내음, 사랑하던 임의 산뜻한 손길, 헤어지던 그날 밤하늘을 스치던 외로운 별빛, 수많은 위로를 건네주던 친구들의 다정한 목소리, 좋아했던 일, 행복감 속에 걷던 오솔길, 그 모두가 그리움으로 다가와 때론 후회로, 미련으로, 안타까움으로, 때론 환희와 충만함으로 채우지요. 그러니 그리우면 가야지요. 그 모든 그리움의 자리로 찾아가야지요. 지키지 못한 약속을 들고, 홀로 걷는 그림자와 함께 가야지요. 사랑했고 사랑하는 모든 것을 찾아 길을 떠나렵니다. 가는 길 홀로 주절거리는 다짐을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야지요. 그리움과 만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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