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문학

by 최용훈

‘신화’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미스’(myth)는 그리스어 ‘미토스’(myth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야기’(story)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신화는 종교와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로 말로써 구전(口傳)된 것이다.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전통은 수 천 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보존하고 생생하게 전달해 왔다. 글로 써지지는 않았지만 입에서 입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전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야기의 내용은 서서히 변화했고, 이어져 갈수록 더욱 미화되고 과장되기도 하였다. 종종 환상 속의 짐승들처럼 놀랍고, 마법과도 같은 초자연적인 요소가 가미되기도 하였고,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전설'(legend)은 실제의 인간과 실제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화와 구분된다. ‘로빈 후드’(Robin Hood)의 전설이 뚜렷한 예이다. 그것은 실제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가들은 로빈 후드가 비슷한 삶을 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월 속에 구전되는 과정에서 변형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었던 것이다.


한편 '문학'이라는 용어는 글로 써진 것들을 의미한다. 문학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리터러처’(literature)는 ‘글자’(letter) 혹은 ‘쓰다’(write)를 뜻하는 라틴어 ‘리테라’(Literra)에서 유래하였다. 문학이라는 용어는 이야기나 시의 형식을 지닌 허구의 글들을 나타낸다. 대부분 글자로 적혀져 있으므로 구전되어온 신화나 전설과는 달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특정 문화나 시대 혹은 종교와 관련된 서적들을 통해 신화나 전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에 이르러 신화와 문학은 동일한 것이 되었고, 미래 세대들은 이 신화들을 쉽게 보존하고, 즐길 수 있으며 그것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민족들이나 로마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문화와 종교에서 나온 신화들을 글을 통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초기의 기록된 고대 신화는 돌에 새겨진 이집트의 상형문자로 되어있었다. 피라미드의 벽에 새겨진 고대의 상형문자는 오늘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물을 본 딴 작은 그림의 형태로 보존되어 구전의 전통과 함께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신화에는 ‘토르’(Thor)라는 천둥의 신이 등장하는데 황소의 머리를 낚시 미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싯대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거대하고 사악한 뱀, 요르문간드(Yormungand)를 낚아 올렸다. 마침내 토르가 그의 마법의 망치를 뽑아 드는 순간 그의 겁쟁이 친구 휘미르(Hymir)가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낚싯줄을 끊어 요르문간드가 도망칠 수 있게 해 주었다. 세상에 악이 남아있는 이유이다.

서아프리카의 아칸(Akan) 신화 속에는 사기꾼 신 아난시(Anansi)가 등장하는데 그는 거미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진흙 단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원래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 했지만 욕심에 빠져 자신만이 지혜를 독점하려 했다. 아난시는 지혜 단지를 나무 위에 숨기기 위해 자신의 가슴에 매달았지만 그 거대한 단지는 계속 미끄러졌다. 그의 아들 느티쿠마(Ntikuma)가 단지를 등에 매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그는 아들의 제언을 따랐다. 하지만 결국에는 단지를 땅으로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다. 그로 인해 단지에 담긴 모든 지혜들이 새어 나오자, 거대한 폭풍이 비와 함께 몰아쳐 그 지혜를 강에 빠뜨리고 마침내 그것은 바다로 흘러들어 온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안에 작은 지혜라도 갖게 된 것이다.


신화 속에는 신과 여신, 신성을 지녔지만 신의 지위는 갖지 못한 영웅들이 등장한다. 신의 자식들도 나오지만 그들은 영생을 누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을 넘어서는 초자연적인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신화는 과학, 철학,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늘이 왜 푸른지, 밤에는 왜 어두워지는지, 지진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제의와 의식을 알려주는 것은 오로지 신화뿐이었다.


문학 속의 신화 :


1.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들은 서양 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제우스를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들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었다. 그리스의 신화들 속에는 인간을 위해 싸우는 신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로마인들 역시 그러한 신성(神性)을 믿고 있었다. 이후 세대의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들을 언급하였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에서 그리스 신화를 언급한다. 줄리엣은 이렇게 외친다.


“미친 듯이 달려라, 사나운 발굽의 말들이여,

포이보스(Phoebus, 아폴로-Apollo-의 다른 이름)의 저택을 향하여. “ (3막 2장)


그리스 신화에서 포이보스는 태양의 신으로 줄리엣은 서둘러 태양이 지고 아무도 볼 수 없는 밤이 되어 추방당한 로미오가 베로나로 돌아오기를 갈망한다. 이 줄리엣의 간절한 마음을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2. ‘제2의 트로이는 없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또 다른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에 나선 그리스인들은 트로이를 멸망시킨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Menelaus)의 아내 헬레네(Helene)는 트로이의 왕자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고 이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다. 결국 그리스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는 트로이의 몰락을 초래하고 만다.


예이츠는 자신의 시 ‘제2의 트로이는 없다’(No Second Troy)에서 이 그리스 신화를 사용한다. 즉 자신이 사랑한 여인 모드 곤(Maud Gonne)과 트로이의 헬레나 사이의 유사성을 묘사하고, 트로이 전쟁과 영국에 대항하는 아일랜드의 혁명전쟁을 대비시킨다. 자신의 시에서 예이츠는 헬레나가 트로이의 멸망을 초래한 것처럼 모드 곤 역시 아일랜드 사람의 마음에 증오를 심어놓았고 그로 인해 파괴와 유혈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 모드 곤은 아름답고 자신감에 넘치는 여배우였고 또한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었다. 또한 그녀는 열렬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였다. 예이츠는 파리에서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후 여러 차례 그녀에게 구혼을 했지만 거절당한다. 나중에는 모드 곤의 딸에게 청혼하지만 그것 역시 거절을 당하고 만다. ‘제2의 트로이는 없다’는 모드 곤에 대한 예이츠의 애증을 드러낸 시이다.


3. 실낙원 (존 밀턴)


성서의 이야기 역시 서양 문학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영국 시인 존 밀턴(John Milton)은 자신의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창세기 부분에 묘사된 인간의 몰락과 낙원에서의 추방을 다루고 있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과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기초로 세상의 죄를 만든 것은 이브임을 얘기한다. 성서의 이 이야기는 중세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20세기의 페미니즘 비평가들의 연구에서도 빈번히 언급되고 있다.

4. 황무지 (T. S. 엘리엇)


엘리엇(T. S. Eliot)은 자신의 장시(長詩)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두 가지 신화를 언급한다. 그것은 ‘성배(聖杯)의 탐색’과 ‘피셔 킹’(Fisher King)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둘 모두 게일인(Gaelic)의 신화에서 유래해 기독교 문명권에 수용되었다. 엘리엇은 이 신화들을 성서에서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 모두 다 유럽의 신화에 통합되었으며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낚시 왕’은 성배를 찾기 위한 모험 속에서 부상을 입어 낚시밖에는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는 성 가까이에 있는 강가에 배를 띄우고 자신을 치유할 영웅을 기다린다.


신화는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그것은 인류 문화에 기본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화의 기능은 도덕적 교훈을 주고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위대한 문학 작품의 저자들은 신화에서 그들의 이야기와 주제를 취해왔고, 신화와 신화적 상징들은 문학 작품의 창의성을 이끌어내었다. 이야기와 꿈과 신화들을 알고 향유함으로써 우리는 하나의 문화권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화는 종교 이전에 등장하였기 때문에 모든 종교적 이야기들은 세상의 신화적 주제들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화는 문학 뿐 아니라 과학, 심리학, 철학 등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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