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에 쓴 한 에세이에서 T. S. 엘리엇(T. S. Eliot)은 “이 시대의 시들은 어려워야 한다.”라고 썼다. 그는 이 난해성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믿었다. 20세기 초 서구 사회는 산업화로 인해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유럽은 1차 세계대전에 휘말렸고,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크 혁명의 물결이 휩쓸고 있었다. 다윈,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 등의 과학자와 사상가들이 역사, 경제, 철학, 과학, 심리학, 물리학 그리고 심지어 종교에 관해서까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엘리엇은 에세이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의 문명은 거대한 다양성과 복잡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복잡성은... 당연히 다양하고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자동차에서 비행기, 진공청소기에서 백열전구, 영화와 라디오, 여성용 브래지어에서 지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삶은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였다. 시인들을 포함해 영어로 글을 쓰는 많은 작가들은 이 새로운 시대를 포착하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거대한 문학적,예술적 혁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20세기 초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 모더니즘이었다.
난해성, 다양성 복잡성 : 이것들은 모더니즘 시를 묘사하기 위해 비평가들이 사용했던 일반적인 용어였다.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는 종종 모더니즘 글쓰기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는 이후 이 시를 영문학의 세계에 떨어진 ’ 핵폭탄‘으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이 길고 모호한 시는 모더니즘 운동과 관련된 많은 기법들을 보여 준다: 콜라주의 사용, 자유시, 비감상적인 몰개성, 고급 및 저급 문화 모두에 대한 거미줄처럼 촘촘한 인용들. 그러나 그러한 기법들과 시 속의 종말론적 분위기도 그 “다양성과 복잡성‘ 속에서 읽기도 정의하기도 어려운 모더니즘 시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지는 못하였다.
모더니즘 비평가들에게 있어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말한 “그것을 새롭게 하라”(Make it new.)라는 표현은 모더니즘의 목표를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새로움’이라는 개념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옛날의 것이었다.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운드가 사용한 위의 구절은 공자의 책들 가운데 나온 것이며 고대 중국 상나라의 첫 지배자 욕조에 장식된 글이었다고 한다.
파운드에게 있어서 “그것을 새롭게 하라”에서의 ‘그것’은 시라기보다는 역사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대표작 ‘칸토스’(The Cantos)가 좋은 예이다. 이 시에서 파운드는 음의 강약을 기초로 한 낡은 형식의 시를 혁신하기 위해 고전적인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결국 시를 새롭게 하기 위해 다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 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자이자 선동가이기도 했던 파운드는 모더니즘의 주요한 순간마다 간여하고 있었다. 1910년대에는 ‘미래주의’(Futurism)’ 운동에 참여하였고, 미국의 여류시인들인 H. D.(힐다 둘리틀), 에이미 로웰(Amy Lowell)과 함께 그는 자유시(free verse)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이미지즘(Imagism) 시 운동을 선도한다. 또한 W. B. 예이츠(W. B. Yeats)나 엘리엇과 교류하며 모더니즘을 규정하는데 그 어떤 시인보다 강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모더니즘 시인들이 엘리엇이나 파운드처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대의 또 다른 대표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는 시를 창의적인 상상력과 객관적 현실의 융합으로 보고 있었다. 또한 많은 시인들은 전통과의 보다 단호한 절연을 추구하였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자신의 즉흥시집 ‘지옥의 코라’(Kora in Hell) 서문에서 “새로운 것 외에 좋은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새로움이란 이전의 행의 문장이 다음 행까지 이어지는 소위 ‘시행 엇붙임’(enjambment), 일상어의 사용 그리고 즉흥시의 형식 등이다. 그는 큐비즘(입체파, cubism)이나 레디메이드(Readymade) 같은 시각미술 분야의 혁신을 활용하였다. 한편 여류 시인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는 “개나 고양이도 읽을 수 있는” 일상적인 영어를 거대한 원천의 인용구들과 섞어 넣었다. 어떤 시인들은 시행(lines)을 완전히 무시하였는데, 초기 모더니즘 작가인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은 독자들로 하여금 시어의 음향적, 결합적 질감에 집중하도록 하는 산문시를 쓰기도 하였다. E. E. 커밍스(E. E. Cummings)는 종이의 여백, 괄호, 심지어 개인의 서신까지도 시에 이용하였다.
이렇듯 다양하고 복잡한 모더니즘의 시들은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지극히 난해한 것이었다. 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자신의 작품 ‘율리시즈’(Ulysses)의 책 속지에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대학의 교수들은 내 글의 뜻을 해석하기 위해 애를 먹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난해성을 상징하는 일이었다. 시도 마찬가지였다. 시인들은 자신들의 시를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이라는 예술의 목적을 추구하기만 하면 되었다. 다음에서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들의 짧은 시들을 번역 소개한다. 하지만 시의 분석이나 의미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1. 제방(隄防)
(모질게 추운 밤 몰락한 사내의 환상곡)
T. E. 흄
한때 바이올린의 멋진 가락 속에서,
딱딱한 보도 위 번쩍이는 황금빛 구두 뒤축에서 나는 절정을 찾았지.
이제 나는
오로지 시구만이 따뜻함을 깨닫는다.
오, 신이시여,
별들이 촘촘한 하늘의 모포를 좁혀
나 그것을 주변에 펼치고 편안히 누울 수 있게 하소서.
The Embankment
(The fantasia of a fallen gentleman on a cold, bitter night)
by T. E. Hulme
Once, in finesse of fiddles found I ecstasy,
In a flash of gold heels on the hard pavement.
Now see I
That warmth’s the very stuff of poesy.
Oh, God, make small
The old star-eaten blanket of the sky,
That I may fold it round me and in comfort lie.
다음은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짧은 시 네 편이다. 자주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어서 이곳에 소개한다.
2-1. 암흑
조셉 캠벨
나는 멈춰서 늪 수렁 속에서 빛나는 별을 본다.
더 이상 별은 아니고, 은색 띠의 빛이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는 스쳐 지나간다.
Darkness.
by Joseph Campbell
I stop to watch a star shine in the boghole –
A star no longer, but a silver ribbon of light.
I look at it, and pass on.
2-2. 묘비 위로
묘비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사우스 아즈로부터 저녁 어스름이 다가온다.
희고 환상적인 달이 호수와 마을 위로 떠오르면
나는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On the Top-Stone.
On the top-stone.
A nipping wind blowing.
Winter dusk closing in from the south Ards.
The moon rising, white and fantastic, over the loch and the town below.
I take off my hat, salute her, and descend into the darkness.
2-3. 밤, 그리고 나의 나그네 길
밤, 나는 길을 가고 있다.
길가 열린 문으로
노란색 한 줄기 따뜻한 빛과
토탄 타는 냄새가 새어 나온다.
집안 찬장 위로 흐릿한 도자기 빛,
아이에게 말하는 듯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나는 스쳐지나 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Night, and I Travelling.
Night, and I travelling.
An open door by the wayside,
Throwing out a shaft of warm yellow light.
A whiff of peat-smoke;
A gleam of delf on the dresser within;
A woman’s voice crooning, as if to a child.
I pass on into the darkness.
2-4. 새벽의 백색(白色)
새벽의 백색.
그 위로 청회색 구름층이 무겁게 걸려있다.
달이 쫓기듯 구름 속으로 떨어진다.
The Dawn Whiteness.
The dawn whiteness.
A bank of slate-grey cloud lying heavily over it.
The moon, like a hunted thing, dropping into the cloud.
3. 이미지
에드워드 스토러
버려진 연인들이
외로움과 메마름으로 쌓아 올린 낯선 장작더미 위에서
붉게 타올라 순결한 백색의 달이 된다.
Image
by Edward Storer
Forsaken lovers,
Burning to a chaste white moon,
Upon strange pyres of loneliness and drought.
4.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들 속의 이 유령 같은 얼굴들
젖은 검은색 가지 위의 꽃잎들
In a Station of the Metro
by Ezra Pound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5. 물웅덩이
힐다 두리틀(H. D.)
살아있니?
널 만진다.
바닷물고기처럼 떨고 있네.
그물로 너를 덮는다.
줄무늬의 너는 누구니?
The Pool
by H. D.(Hilda Doolittle)
Are you alive?
I touch you.
You quiver like a sea-fish.
I cover you with my net.
What are you—banded one?
6. 무관심
리처드 앨딩턴
따분한 참호 안과 밖으로
별빛 아래 즐겁게 어슬렁거리며
나는 한 무리 비둘기들처럼 예민한
작은 시들을 짓는다.
그것들은 흰색 날개 비둘기들처럼 날아가 버린다.
Insouciance
by Richard Aldington
In and out of the dreary trenches,
Trudging cheerily under the stars,
I make for myself little poems
Delicate as a flock of doves.
They fly away like white-winged doves.
7. 창가의 아침
T. S. 엘리엇
그들은 지하 부엌에서 아침 식사 식기들을 덜거덕 거리고,
짓밟힌 거리의 경계를 따라
나는 문 앞에서 무기력하게 솟아오르는
가정부들의 우울한 영혼들을 깨닫는다.
갈색 안개의 파도가 내게 덮쳐온다.
거리의 바닥에서는 일그러진 얼굴들,
흙 뭍은 치마를 입은 한 보행자의 눈물,
공중을 떠다니다가 늘어선 지붕 사이로 사라지는
뜻 모를 미소.
Morning at the Window
by T. S. Eliot
They are rattling breakfast plates in basement kitchens,
And along the trampled edges of the street
I am aware of the damp souls of housemaids
Sprouting despondently at area gates.
The brown waves of fog toss up to me
Twisted faces from the bottom of the street,
And tear from a passer-by with muddy skirts
An aimless smile that hovers in the air
And vanishes along the level of the roofs.
8. 빨간 손수레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너무도 많은 것이
기대고 있다
빨간
손수레에
빗물에
젖은 채
흰색
병아리 곁에서
The Red Wheelbarrow
by William Carlos Williams
so much depends
upon
a red wheel
barrow
glazed with rain
water
beside the white
chickens
9. 항아리의 일화
월리스 스티븐스
나는 테네시에 항아리 하나를 두었지.
둥근 그것을 언덕 위에 놓았어.
그것은 언덕 주변을
지저분한 황무지로 둘러싸이게 했지.
황무지가 솟아올라
주변에 펼쳐졌지만 더 이상 황량하지는 않았어.
둥근 항아리는 땅 위에 놓였지.
크고 멋졌어.
그것은 모든 것을 지배했어.
항아리는 회색이었고 낡았지.
새도 수풀도 없었고.
테네시의 그 어떤 것과도 달랐어.
Anecdote of the Jar
by Wallace Stevens
I placed a jar in Tennessee,
And round it was, upon a hill.
It made the slovenly wilderness
Surround that hill.
The wilderness rose up to it,
And sprawled around, no longer wild.
The jar was round upon the ground
And tall and of a port in air.
It took dominion everywhere.
The jar was gray and bare.
It did not give of bird or bush,
Like nothing else in Tennessee.
마지막으로 E. E. Cummings의 시를 소개한다.
10) ‘l(a’.
by E. E. Cummings
l(a
le
af
fa
ll
s)
one
l
iness
이 시는 첫 줄의 ‘l’과 일곱~아홉 번째 줄 알파벳이 합쳐져서 ‘loneliness’(외로움)가
만들어지고 그 사이에 ‘a leaf falls’(나뭇잎 하나가 떨어진다)라는 문장이 나누어져 첫 줄에서 여섯 번째 줄을 이루고 있다. 단어와 문장의 분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