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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9. 2022

당신이 이 나라를 이끌려면

작자 미상 : 소방관의 기도(Fireman's Prayer) 

Fireman's Prayer

               Author Unknown


When I am called to duty, God, wherever flame may rage,

Give me strength to save some life, whatever be its age.


Help me embrace a little child, before it is too late,

Or save an older person from, the horror of that fate.


Enable me to be alert and hear the weakest shout,

And quickly and efficiently, to put the fire out.


I want to fill my calling, and to give the best in me,

To guard my every neighbor, and protect his property.


And if according to my fate, I am to lose my life,

Please Bless with your protecting hand, my children

and my wife.


소방관의 기도 

            작자 미상 


신이시여 불길이 사납게 타오르는 곳 어디에서나 저를 부르신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그 생명 구할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소서.   


너무 늦지 않게 어린 생명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공포에 빠진 운명에서 한 노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가장 미약한 소리조차 들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불길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소서.


제게 주어진 소명을 따라 최선을 다해 

제 모든 이웃을 지키고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길 원합니다. 


운명에 따라 제 생명을 잃게 된다면 

당신의 구원의 손길로 저의 아이와 아내를 축복하소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작자미상의 이 짧은 영시를 읽는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서툰 시에는 문학적 은유도, 상징도, 시적 긴장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저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하는 한 소방관의 소박한 기도였을 뿐이었습니다. 미사여구는 단 하나도 없이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간절함만이 묻어있을 뿐이었습니다. 시는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아이의 아빠이며 한 여자의 남편인 소방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싶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마음, 그 진실함과 간절함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그렇게 이 땅의 많은 이들은 자신의 책무를 소명으로 여기고 살아갑니다. 그들이 있어 우린 마음을 데우는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권력만을 탐하고, 그 하찮은 힘으로 정직하고 성실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 땅의 정치가들은 무릎 꿇고 이 소방관의 기도를 되뇌고 자신을 성찰하기 바랍니다. 입만 열면 국민을 외치고 모든 것을 바칠 듯 게거품을 무는 자신들의 소리가 어느 누구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만일의 경우를 떠올려 아이와 아내를 위해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그 정직한 소방관의 염원을 반에 반만이라도 깨닫는 정치가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고요? 제발 소방관의 기도를 듣고 뉘우치기 바랍니다. 위대한 민초들의 진정한 사랑과 헌신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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