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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8. 2022

무슨 상관인가요?

Langston Hughes :  Still Here 

Still Here

         by Langston Hughes


I been scarred and battered.

My hopes the wind done scattered.

Snow has friz me,

Sun has baked me,

Looks like between ’em they done

Tried to make me

Stop laughin’, stop lovin’, stop livin’–

But I don’t care!

I’m still here!


아직도 여기에

          랭스턴 휴즈


나는 상처 입고 깨어졌다.

바람이 희망을 흩어버리고 

눈으로 얼어버렸으며 

태양 빛으로 달궈졌다. 

그 사이에 끼인 나를 그것들은

웃지도 사랑하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람!

나는 아직 여기에 있는데.


미국의 흑인 작가 랭스턴 휴즈의 시입니다. 인종 차별의 굴레에서 고통받고 학대당하는 흑인의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 작가이죠. 그래서 그의 시는 종종 직접적인 저항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의 보편성은 시간적, 공간적, 인종적 해석을 넘어섭니다. 살면서 우리 모두 자주 상처 입고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눈과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혜택을 내리지만 간혹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시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고난 속에 웃지도 사랑하지도 살지도 못하게 된 것처럼 보이는 나. 하지만 바람도 잦아지고, 눈도 녹으며 찌는 태양 빛도 언젠가는 사그라지기 마련이죠. 게다가 난 아직도 여기에 두 발을 딛고 서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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